추위가 살을 에이고
찬 바람은 내가 살아 있음을 다시 확인시켜준다
마치 ..너는 이렇게 살아 있다 ..살아있다 라고
말하는 것처럼
키에르 케고르의 말과 같이 온 세계를 다 잃어 버리더라도
네 생명 네 주체 네 혼을 분명히 지닌다면
우리는 조금도 두려워할 것이 없다
나의 인격 나의 자아를 잃어버리지 않아야 한다
가장 소중한 것은 우리의 목숨이다
이렇게 추운날 묻어둔 독에 가서 김치를 꺼내려면
작은 손은 얼어 붙듯 시렵다 못해 아려질 것이다
이리도 추운날
신랑과 아즈버님은
친가의 상가엘 같이 가고
형님의 전화소리를 듣는다
연세 70 이 넘으신 분의
끝도 없는 한을
그 서러운 넋두리를 들어주는데
가슴은 더욱 시렵다 못해 아려진다
늘 말씀 끝에
그래 바위같은 돌덩이가 부서져
모래알갱이가 되었건만 ..되었건만 ..
우리 아버님 마음에 안드는 며느리라 하여
우리 아버님 살아 생전에
'아가'소리 한번 못들으셨다는데 ..
깍두기 한번 소리내어 목으로 넘기시지 못했다는데 ..
형님의 친정어머님의 내리 딸만 낳으시고
결국은 형님도 우리 아즈버님과 결혼하시고
딸을 내리 다섯을 낳으셨다
맨위로 두 딸은 결국 저 세상으로 갔지만 .
그리고 맨 밑으로 아들을 낳았는데
그 아들이 두살때 소아마비를 앓고
다리 하나가 성하지 못하다 ..
--겉으로 표나게 그러는 것도 아니지만--
형님은 늘 그것이 한이 되고 가슴이 아파서 되뇌이지만
장성할 만큼 장성하여 내 동갑이나 되는 조카딸들은
아들 아들 성화를 하시는 형님의 지나친 아들 타령에
머리를 내치고
누구에게도 하소연 할 곳을 잃으신 형님의
한풀이가 시작된다 .
그 한풀이는 때로는
6.25 전쟁 이야기를 듣는 듯이
내게 생소하기도 하고
솔직히 감잡을 수 없는 이야기 지만
눈물 까지 찍어내며
전화를 통해 들여오는 서러운 소리는
내 어찌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다독여드려야 하는 겐지
알지는 못하지만 ......
더러는 그 말씀들을 요즘 애들말로 씹어 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둘째 녀석이 수학 단과를
듣고 오면서 내 차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다
"시간에 너무 알맞게 도착하니
강의실에 꽉 차서 맨 뒤에서 들었어여 ..다음엔 좀 더 일찍
가야 겠어여 .."
"저런 ..그렇게 사람이 많니 ..다들 그리 공부를 열심히 하는거야"
"에이 또 그소리 .."
"그래 그렇잖니 하기 싫어도 .."
"알아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그리 해야지요"
"와 !!! 뭐라고 다시 한번 말해봐 .."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요 ..<<<"
"우리 아들이 이렇게 좋은 말을 해주니 ..필이 팍 꽂힌다 .."
매사 그런 것 같다 ..
쌓여 있는 설거지도
하기 싫은 공부도
궁상도 넋두리도 ...
약을 먹어도 낫지 않는 감기도, 아픔도 ..........
그 외 어떤 것이라도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햐 ~~~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
즐기자 즐겨
근데 뭘 즐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