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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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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마음을 놓아 두었다


BY 들꽃편지 2001-07-22

궂은 날씨 때문에 바깥 놀이를 할 수 없는 날.

잠시 마음을 놓아 두고 책을 읽으며 마음의 여행을 떠났다.

마음을 비우지 않으면 새로운 마음을 데리고 올 수 없듯,

억수로 쏟아져 아무곳으로나 스며드는 빗줄기를 보며

마음을 비우고 마음을 채웠다.

나뭇잎이 무성한 오솔길을 산책하듯

대숲이 우거진 암자에 앉아 앞에 놓인 산을 바라보듯

천천히 오전을 맞고 오후를 즐기며 다시 밤이 왔다.

빗소리를 들으며 그 속에 들어가 한바탕 당당하게 뒤섞여서 하루를 살아냈다.

그러므로 며칠전에 내린 비는 잊어버리고

오늘의 비에 팔짱을 끼고 보이지도 않는 창밖을 한참씩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 보이지도 않는 마음의 여유를 허락해 주고,

어디로 날아갔는지조차 모르는 바람같은 흐름속에 나를 놓아 주기도 했다.

나는 "왜?" "알고 넘어가기"보다는

"그래?" "편하게 넘기기"로 살아가고 있다.

보는 것만으로 육중한 빗줄기의 느낌을

그냥 흐름으로 몸과 마음을 맡겨버렸다.

저녁무렵에 완전히 지나간 비구름을 창문을 열고 확인하고 확인하고서야

외출할 준비를 했다.

친구가 지하철을 타고 여기로 온다는 전화랑 약속이나 한 듯 빗줄기도 멈추다니...

하얀 치마를 입고 하늘색 가방을 들고 승강기의 내림 버튼을 눌렀다.

"순수"란 제목에서 받았던 깨끗한 느낌의 바깥공기.

난 씩씩하게 두 팔을 저으며 친구가 기다리고 있는 백화점앞을 향해 걸었다.

파파이스에서 간단한 음식을 먹으며 두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아이들 간식을 사가지고 덜래덜래 흔들며 집으로 들어왔다.

잠시 마음을 빗줄기에 놓아 두었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