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은 굉장히 바쁘게 보내야 했다.
토요일엔 시댁에서 제사가 있었다.
항상 그날 먹어 치울만큼만 음식을 준비하시는
시어머님이신데 이번엔 음식을 좀 더 만들자고 일찍
오라고 하신다.
하필이면 난 이틀전쯤 걸린 감기가 가장 절정에 달해서
기침에, 콧물에, 재채기까지... 목은 쉬어 잠긴지 오래된
상태였다.
좁은 부엌에서 언제나 처럼 종종거리고 일에 푹 파묻혀 계시는
시어머님께 붙어서 내가 더 손을 재게 놀렸지만
나오는 기침과 콧물과 재채기는 어쩔수가 없었다.
꼭 일부러 이때에 맞춰 감기에 걸려 온것 같은 죄송함으로
되도록이면 기침을 숨길려고 했지만 말이다.
시작은어머님이 오시고 작은아버님은 또 언제나 처럼
시아버님과 마주앉아 아이들이 옆에서 놀든 말든
너구리잡는 소굴처럼 줄담배를 피우면서 장기를 두고 계신다.
간간히 시어머님께 재털이 비워달라,
과일좀 내달라, 주문을 하시면서 말이다.
친정아버진, 제사를 지내는 날이면 손수
생선을 손질해 주시고 나물도 다듬어 주시고 밤을 깎곤 하셨다.
엄마가 해얄할 일과 아버지가 해야할 일이 잘 배분된듯
두분은 각자의 일을 말없이 해내셨던것에 비하면........
시어머님은 언제나 혼자 바쁘셔서 베란다로 부엌으로 안방으로
종종거리며 허리한번 못 펴지고,
시아버님은 방안에서 바둑을 두시며 이래라 저래라,
마치 감독관마냥 어머님께 잔소리(?)를 하고 계시는
모습이다... 참으로 대조적이다.
작은아버님의 자식들 그러니까 사촌누이동생둘이
아이들을 품에 안고 남편들과 들어섰다.
술 좋아하시는 시아버님은 당장 술상을 들이라신다.
그전에 식사를 하시면서 벌써 혼자서 소주두병을 드셨는데
두사위를 앞에 두고 열심히 권커니 하시며 또 소주
서너병을 비우셨다. 당신이 좋아하는 술을 다른사람들도
당연히 좋아하겠거니 생각하시는지, 다들 식구들 챙겨서
운전해야할 사람들에게 술을 너무 권하지 말라는
시어머님의 말씀에 어디서 감히 여자가 이래라 하냐는듯
단칼에 무시해 버린다.
그리고 그자리에 꼭 오시지 않아도 될
이모부님들까지 두분을 불러 내시곤
또한번의 술상이 나갔다. 두개의 검은비닐봉투에
가득 들어 있던 소주가 거의 없어졌다.
어머님과 서둘러 음식을 마련해 제사상을 차리고 보니
10시, 예상했던 것보다 한시간이 늦어있었다.
드디어 시아버님이 일어나셨다. 제사상에 절을 하기위해서.
그리고 다시 술상에 앉으시는 시아버님이 2차로 노래방을 가자신다.
새벽1시가 넘으니 술자리가 끝나간다.
노래방을 가자는데 아이들이 한둘씩 작은방에서
골아떨어진다. 감기에 걸려서 열이 오른 아이,
방이 좁다고 투정하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안되겠어서 노래방은 다음에 가자고 하니, 버럭 화를 내신다.
늘 그런식이다. 당신의 생각만이 오로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분이시다. 당뇨에 걸린 작은어머님이 술은 안된다는대도
한잔정도는 괜찮다며 억지로 소주를 드시게 하지 않았는가,
어머님이 준비한 음식이 간이 안맞는다며 손님들 앞에서 어머님
욕을 하시는 것도 예사다.
다음날,
친정아버지 생신에 맞춰서 엄마와 함께 두분이
언니가 사는 안산에 오셨다. 가족이 모두 모였다.
사위들이 정치얘기로 꽃을 피우는 가운데 가만히
얘기를 경청하시며 아버지는 가끔씩 한마디씩 하셨다.
그건 그래.. 이건 이렇더라..
자연스러운 분위기다. 너도 나도 한번씩 주인공으로 나섰다가
한마디씩 주고 받는다.
자식들이 나갈때 마다 중풍으로 마비된 왼쪽 다리를 저시면서도
일부러 현관까지 나와 다정하게 손을 손을 잡고 용돈을
쥐어주시는 아버지..
그리고 노래방을 다음에 가자고 했다고 화를 벌컥 내시며
아들 손주가 인사를 해도 등돌아 인사도 안받으시던 시아버님...
그 사이에서 여우같은 며느리가 못되는 나...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