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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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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아버지 제사......


BY 아침이슬 2002-12-20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아주 조금 밖에 가지고 있지 못한 나자신이 너무나 서글퍼서 옛날 추억을 되살려 보려 하지만 늘 몇자락 되지 않는 기억에 절망하곤 하였다....
여자....것도 결혼한 여자에게 친정 부모님의 존재는 말로 표현할수 없는 특별한 의미인것 같다...
그리움..당연히 부모님에 대한 딸의 감정은 그리움이 가장 클것인데
내게 부모님은 늘 가슴이 아리고 아픈 마음이 현기증이 날만큼 강하게 일게 하시는 분들이다...

이른 아침에 투표를 마치고 부산으로 향해 가는 내 마음이 착찹하기만 하다....
올해는 집에서 편안하게 제사를 모시고 싶었는데 십여년째 절에서 모셔야 하니 죄스럽고 마음이 너무 무겁다....
일년내내 친정 나들이라고 해야 -이것도 친정 나들이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 아버지 제삿날 ...그리고 엄마 제삿날..단 두번 부산에 있는 절에 가는 것이 고작이다....
미혼인 두 남동생이 회사생활하면서 사원아파트에 다른사람과 함께 동거를 하니 제사를 모실 형편이 되지 못해 어쩔수 없이 절에다 두분의 제사를 모셨다...
친정 엄마가 생전에 계시던 절이라 그렇게 하긴 했지만 늘 마음 한켠이 아프다....

늘 간절한 마음으로 그리워 하는 아버지...그아버지의 모든 것을 기억해 내고 싶어 눈을 감아 보았다...
똥 없는 부처라는 별호를 가지고 계셨던 내 아버지는 술이라고는 한모금도 하지 못하는 그런 분이셨다...
위로 딸 셋을 낳고 아래로 두 남동생을 보셨는데 내 어린 기억에 미역 한각을 어깨위에 짊어 지고 들어오시는 것으로 기쁨을 표현 하시던 그분.....워낙 말수가 적으셨던 내아버지는 딱히 기분을 표현하는 방법을 잘 몰라 늘 서투르기만 하셨다...

한겨울 또랑 물이 꽁꽁얼어 하루종일 얼음을 지치며 놀고 있는 우릴 지게에 올려 지고 집으로 오시던 내 아버지...
퇴비를 만들기 위해 산으로 풀베러 가시면 빨간 산딸기를 풀더미 위에 한아름 얹어 지고 내려오시던 내 아버지...
모심을 때 되면 소가 끄는 쓰레 위에 우릴 태워 쓰레질을 하면 우린 옷이랑 얼굴이랑 머리가 온통 흙탕물이 되었지만 그래도 너무 즐겁고 너무 좋아 또 태워달라 떼를 쓰곤 하였다....

마당 가득 콩을 실어다 놓고 도리깨 질을 하시던 내아버지
닥나무를 잘 장만해 씻고 물에 불리고 걸러서 벌건 불위 쇠판에 한지를 쓰윽쓰윽 말리시던 내아버지....
혈압이 너무 높아 민간요법으로 늘 오리알을 자신의 오줌에 담가 삶아 드시고 오리고기를 가끔씩 드시던 내 아버지...
고혈압인 지병을 다스리신다고 늘 감잎차를 마시던 내아버지....
사십한살 ...그 해 겨울에 그병을 이기지 못해 결국은 우리 어린 오남매와 청상의 내 어머니를 남겨두고 가신 내 아버지...

난 가끔 내아버지께서 좋아하셨던 하얀 쌀밥에 또 너무 좋아하셨던 갈치를 무우를 밑에 깔아 얼큰하게 끓여 드려보고 싶다...
예쁜 상위에 시원한 동치미와 굴을 넣은 김치를 놓아서 같이....
또 때론 수제비를 즐기시던 내 아버지게 감자를 툭툭 잘라 넣은 멸치 국물에 찰 수제비를 던져넣고 땡초을 다져 매콤한 수제비를 대접해 드리고도 싶다..

내가 너무 힘들고 괴로울땐 아버지 가슴에 묻혀 한없이 울어보고 싶다...
내가 아플땐 가만히 친정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밥을 얻어 먹고도 싶다...
아......그립고 부르고 싶은 아버지....내아버지....

오늘도 난 내 아버지의 제사를 지내기 위에 친정아닌 절로 발걸음을 떼 놓으면서... 가슴이 터질것같아 하늘을 한번 바라보았다....
하늘이 무척이나 맑고 청량했다.....
봄날씨 같은 이기온도 내아버지를 닮은것 같다.....
언제 제사를 모셔올지 모르지만 그때까진 늘 마음이 아플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