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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가즘을 느끼게 하는 남자


BY my꽃뜨락 2001-07-15



언젠가 어느 여성잡지에 소리꾼 장사익을 인터뷰한 기사가 있었다.
그 제목이 아마 '오르가즘을 느끼게 하는..'으로 장식했던것 같다.
소리꾼 장사익을 좋아하는 나인지라, 뭐라 썼나 관심있게
들여다봤지만 그 오르가즘이라는 표현이 웬지 거북살스러워
지랄은? 하며 기자에게 혀를 찬 기억이 있다.


한적한 아침, 고추밭을 매러가는 차안에서 조영남 아저씨
CD 볼륨을 맘껏 올리고 한껏 흥겨웠다.
제비, 그대 그리고 나, 바우고개...
조영남 아저씨의 주옥같은 음성이 이러저러한 집안사로 복잡해진
내 머리속을 개운하게 씻어준다.


그 목소리와 노랫말에 취해 짜투리 시간의 행복을 유감없이
즐기는데 갑자기 오르가즘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가슴 한쪽에서
찌르르 울려왔다.


결혼기념일을 열일곱번이나 넘겼으면서도 이게 그건가, 그게 이건가
종잡을 수 없는 느낌! 오르가즘...
콕 찍어서 바로 그거야, 누군가 설명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가끔
이런 쓰잘데기 없는 상상을 할 정도로 나는 그 단어의 생경함에
길들여지지 않고 있었다.


엉큼 떨지 말라고?
그렇게 생각하시겠지만, 지금 이 나이에 그것도 양기가 주둥이로만
몰린다는 꽉 찬 나이에 뭐가 수줍다고 내숭을 떨겠는가?


어쨋거나 나는 그 지독히 못생긴(?) 조선생에게(나보다 조금 더 못난
것 같아...) 손가락, 발가락 끝의 미세세포조차 파르르 떨리듯,
가슴 한켠이 겨울 찬바람에 우우웅~ 울어대는 문풍지의 떨림같은,
그런 느낌을 순간적으로 받았다.


와! 정말 감미롭다. 이 목소리...
하늘이 내려주신 美聲의 주인공, 조영남씨가 갑자기 참을 수 없이
좋아졌다. 옆에 있으면 입맞춤이라도 해주고 싶을 정도로.
그때 비로소 '오르가즘을 느끼게 하는 목소리, 장사익'이라는
표현이 그냥 해본 소리가 아님을 알아챌 수 있었다.


CD함을 부지런히 뒤져 장사익 노래를 다시 들어봤다.

사랑한다고 말할 걸 그랬지
망설이다가 님은 먼 곳에...


그 목소리, 목이 메이게 아름다운 그 목소리가 이제는 무디어질대로
무디어진 내 가슴을,
웬만해서는 감동도 설레임도 좀채로 다가오지 않았던 내 가슴을
속절없이, 와르르 무너뜨리고 있었다.


아! 그랬다. 정말 그랬다.
그 목소리에 오르가즘이라고 불리는 환희심이 넘쳐 흐르면서 흰 머리
희끗희끗한 초로의 아낙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주고 있었다.
고목나무에 꽃 피우듯...


꽃뜨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