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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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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간


BY 릴라 2001-07-07

토요일 오후
퇴근하고 집으로 가기 왠지 억울해서
머리를 굴리다가 친정으로 향했다.

신랑은 바쁘다고 늦어야 들어오고
아버님이랑 제각기 방에 있다고 해도 신경쓰이긴 마찬가지.
아예 엄마 한테 가서 한잠 자고 와야지...
그래서 신랑한텐 차 정비소에 맡겨서 시간이 걸리니
집에 없을거라고 먼저 전화해놓고 엄마한테 향했다.

친정이 가깝다 보니
나로서는 친정부모 자주 봐서 좋은데
나만보면 속상하단다. 시집살이 하는거 안스러워서.

결혼하고
울 시부모 유난시럽다고, 너무 한다고
엄마한테 투정했었다. 말려주지 하면서...
근데 살다보니
제자식 건사하기도 힘겨운데 시부모에 시동생들 줄줄이
맘고생 하며 살았을 엄마의 마음이 보이기 시작한다.

며칠전
허리가 아프시다고 병원에 가고 싶으시다고
차 불러달라고 해서 타고 나가신 할머니
병원에 입원하셨단다.
의사 선생님 한테 며칠만 입원시켜 달라고 애원을 하셨다나.

물리치료 시간이 얼추 끝났을 거라고 생각한 엄마
병원에 전화 했다가 창피해서 혼났다고.
의사가 내일 보내드릴 테니 걱정 마시라고, 웃으면서...
사실 옆집 할머니가 허리가 아프셔서
일주일 입원하셨었단다.
울 할머니 그게 부러워서.

서울사는 딸들 한테 당신이 전화해서 입원했다고 알리시고
너도 나도 놀라서 달려올줄 아셨는지
고모들 엄마한테 전화해서
바빠서 못온다고.
고모들도 다 아는 할머니 병이니까.
딸들이 안온다는 말에
울 할머니 그담날 혼자 퇴원하셔서 (병원비 외상달아놓고)
집에와서 밭에 김매러 나가셨다고.

잠자러 간 집에서 엄마의 넉두리 들어주면서
울엄마 무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때는 부녀간, 모자간 편이 갈려서
아웅다웅 엄마의 간섭이 싫었었는데
결혼하니 같은 여자라서인지, 며느리라는 이름표 때문인지
엄마랑 속엣말 해가며 붙어다닌다.
아빠의 시샘을 받아가며...ㅎㅎ

딸이 엄마 닮아 시집살이 호되게 하까봐
안스러워하는 울엄마
'걱정마요. 나 엄마처럼 그렇게 진득하지도 인내심이 많지도
않으니까.
난 한계점에선 소리도 지르고 아프다고 울거니까.
엄마처럼 참고 사는 그런 마음의 여백이 없어요 내겐.
난 적당이 이기적인구, 계산적이야. 몰랐우? 지금은 내색 못하지만
서서히 여우꼬리를 드러낼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라우.
그러니 엄마 내걱정 고만해.
엄마 코가 석자네 뭐.'

그렇게 토요일 오후
모녀간의 넉두리로 시간이 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