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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행복하게 하는 시간(창가 내자리)


BY 외로운 별빛 2002-11-27

손 뻗으면 닿일듯 가까운 산을 마주하는 나의 근무처는
낮은 언덕베기 아래에 있다.

나는 오늘도 창가 내자리에 서서 흐린 하늘을 바라보며
잠시 일을 하다가 머리를 식히고 있다.

근무지를 이동할때마다 창가에다 내 자리를 하나 만들어
놓고 한적한 오후가 되면 밖을 내다보는 것이 나의 즐거움
중의 하나가 되었다. 여기서는 두번째 창가가 내 자리가
되었다.내 자리에서 첫 눈에 들어오는 바깥 풍경 중 한 군데를
정해놓고 사계절 변화를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곤 한다.

창가 내자리에서 바라다보이는 언덕에는 아카시아 서너그루과
있고 그 너머에는 소나무가 또한 너댓그루 자라고 있다.
언제나 나의 눈은 아카시아 언덕을 멤돌다가 고고한 소나무에서
눈길과 가슴이 멎는다.

볼품없는 삐적 마른 아카시아나무에 잎이 열리면 달리는 잎만큼
나는 유년의 시절로 돌아간다.나의 고향 남산골에는 지금은
거의 사라진 아카시아 군락이 있었다.학교에서 토끼먹이 숙제로
아카시아잎을 구해오라고 하면 서너명 친구들 망태기들고 그
군락으로 갔었다. 일단 한 망태 가득 아카시아 잎을 따놓고선
아카시아 줄기로 서로의 머리에다 퍼머머리 땋아줬다. 그 놀이도
싫증나면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여 잎따기 놀이도 했었다.가위
바위보 실력이 없는 난 이마에 벌겋게 자욱이 남아있곤 했다.
5월의 향기 날리던날 하얀 꽃잎 잎에 넣으며 그 쌉쌀하고 달콤한
꿀맛이란 어찌 이루 말하랴

불혹의 나이를 맞은 지금 아카시아 잎은 나의 마음의 다른 표현
노릇을 한다. 비바람이 치던날 아카시아 잎은 몹시도 흔들리고
가지도 내려놓는다. 그런날 내 마음도 심란할 경우가 많다.
그러면 나의 마음도 아카시아 끝가지에 달려서 한 없이 흔들리고
부딪히고 갈피를 못잡는다.
한 여름날 요란한 매미소리 담아서 보낼때도 덩달아 나의 마음에도
합창 소리 울려서 괜시리 신이 나서 창물 활짝 열어놓고 가슴도
열어 놓는다.
아카시아 잎 노란 낙엽되어 언덕아래 내릴때 조용하던 나의
가슴에 심하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니 그날은 사랑하는 이에게
편지를 써야한다.
무성한 잎 갈잎되어 떠나가고 담쟁이 덩굴 화려한 빛으로
아카시아 나무 휘감아 올라가니 서려웠던 내 마음이 다시
가을빛에 담그진다.

지금 언덕에는 아무것도 없다.
봄부터 겨울까지 흔들렸다 떨어졌다 내려앉았다 하는 마음이었건만
언제나 건너편 소나무는 말없이 나에게 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중심을 잡으라고 말하고 있다.

창가 내자리는 그래서 좋다.
마음껏 흔들리다가 바로 잡는 것이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