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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호스 아줌마의 신문읽기 20 - 대우자동차 노조, 구조조정에 동의


BY 닭호스 2000-11-29

대우자동차 노사가 27일 인력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에 전격 합의함에 따라 최종 부도 이후 꼬여가던 대우차 처리에 한 가닥 실마리가 풀리게 됐다.

대우차 노사의 구조조정 합의는 노조가 구조조정동의서에 '인력 구조조정'항목을 명시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대신, 사측은 당초 12월로 못박았던 자구 실행 시기를 노조와 협의해 결정하기로 하는 등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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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차의 이런 최근 상황에 대해 각 언론들이 일제히 떠들어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사태에 대해서 큰 관심을 갖지 않고 있었다.. IMF사태 직전부터 이어져 온 대기업의 잇단 부도 사태를 겪어오며.. 한 시절 약간의 파장은 있을지라도 항시 그에 관한 뉴스를 연일 보도하던 언론이 잦아들때면 다시 그럭저럭 나라가 굴러가는 듯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며칠전 티부이를 보고 있는데 "대우차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회사의 부도 이후 대우차 사람들의 근황을 이야기하는 프로였는데...

한 젊은이가 나와서
"결혼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어요.. 장인어른 되실분이 자주 전화하시죠.. 회사 괜찮으냐고 물어보셔요.."
하고 씁쓸하게 말했다...


그리고 회사 인근의 한 식당에서 만난 한 50대의 가장은..
"제가 오늘 사표냈어요.. 어제 저녁에 사표 쓰면서 집사람이랑 딸이랑 다 울었어요.. 어제까지만 울고 오늘부터는 안 울려고 했는데..."
하며 말꼬리를 흐린 그의 눈가에는 또다시 그렁그렁 이슬이 맺혔다..


또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가장에 대한 이야기도 실렸다. 그는 10살박이 사내아이의 아빠였다. 아직 동이 트기에도 한참 이른 겨울의 새벽.. 그는 옷깃을 여미며 집을 나섰다. 그가 찾은 곳은 인력 시장...얼마후 봉고차가 한 대 와서 그를 실어 어디론가 갔다. 거기에서 그는 온갖 잡일을 하고 있었다.. 기술자여서 이런 힘든일에 익숙지 않다는 그는 촬영내내 연신 쑥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하루가 저물 때쯤, 그는 손에 5만원을 받아들고는...
"요긴하게 쓰일겁니다..."
하고 인사를 건넸다.
주는 사람도..
"정말 요긴하게 사용되길를 저도 바랍니다.."
하고 대답했다...


순간 눈물이 솟았다.. 남편이 벌어다주는 돈 월100만원..

잘은 모르지만... 30대와 40대의 생산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100만원 안팎의 돈을 집의 아내에게 벌어다주고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면....

그 돈은 어찌보면 얼마나 하잘것 없는 돈인가... 요즘 한창 "가을동화"라는 드라마로 인기를 얻어 최고의 몸값을 자랑한다는 송승헌, 송혜교는 몸값이 100억원을 웃돈다고 한다. 편당 2억 5천만이던 CF편당 출연료가 두 배인 5억으로 훌쩍 뛰었다고 한다.. 두 사람에게 들어온 출연제의는 10편 남짓... 이미 7, 8편은 계약을 마친 상태라고 했다.. 그러니 둘이 합치면 몸값이 100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나도 그러하지만...인생에 그런 대박을 기대하지 않는 대부분의 일반가정에서는 남편이 벌어다주는 그 돈으로 아이도 키우고, 집도 장만하며, 집안 대소사를 챙기며 살림을 일궈나간다..


티부이에서 그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대우차의 직원들은..
"구조조정에 동의 안 한 것이 잘 한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노조측에서 그렇게 한 건 우리들의 최소한의 권리는 주장한 것이 되니까요..."
하고 말했다...

그런데.. 오늘 신문에 이런 기사가 났다...
"노조 구조조정에 합의"

일단, 대우측은 3500여명의 인력을 감축할 방침이라고 하고 있지만 전문가의 견해로는 그정도의 인력 감축으로는 경쟁력이 살아나지 않는다고 한다...

최소한 3500가구가 생계에 위기를 맞게되는 셈이다.

어서 빨리 이 문제가 출혈을 최소화하는 범위내에서 일단락 지어졌으면 좋겠다..

"어서.. 해결이 되고.. 공장이 정상화되어, 후배들이 자녀들 키우는데 어려움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퇴직을 4개월 앞두고 회사에 사표를 냈다는 대우차의 한 고참 근로자분의 이같은 말씀처럼...

나라의 경제가 이끼끼지 않은 돌처럼 순탄히 굴러가기를... 그리고 그와 더불어 온가정의 경제도 순탄히 갈 길을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