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시댁에 모여 김장을 했습니다.
시어머니. 두분 형님 그리고 질부와 함께.
빗방울이 왔다 갔다는 해도 다행히 날은 따뜻했습니다.
그래도 여러집이 먹을 배추는 산더미 같았고 절인 배추를 뒤집는 큰형님의 얼굴은 감기기에 벌겋습니다.
돼지파, 마늘까는데 손이 아리고 어깨가 내려앉습니다.
옆을 보니 우리 큰형님 졸면서 무우채 썰고...
손가락 배일까 걱정스럽지만 웃음도 나옵니다.
털모자 쓰고 마늘 까는 어머니의 소나무껍질같은 손등.굽은 허리에
어머니의 긴세월이 녹아 있습니다.
일요일 아침
진한 커피를 마시고 절은 배추를 씻으며 힘들어 쓸데없이 이말 저말 합니다.
우리 김치공장 합시다.
내년부터 김치 주문받아 와야겠어요
배추 몇포기에 어깨가 아프다며 웬 김치공장.
배추속 넣어도 넣어도 끝이 없고
빨리 해서 어둡기 전에 올라 가라고 가뿐숨 몰아쉬며 팔십 끝자락 어머니 잠시도 쉬지않고 김치속 넣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오늘은 코끝이 찡합니다.
트렁크에 가득 채운 김치통.큰형님이 주신 쌀가마를 싣고
어머니 같이 가세요.가서 며칠 계시다 오세요
몇번을 권해도 고개를 저시는 어머니.
겨울나기 준비 끝으로 마음은 부른데 어머니가 자꾸 밟히고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나도 나이를 먹는 탓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