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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42) 나 안 죽고 살았어요!


BY 남상순 2002-11-17

새벽5시10분 잠에서 깨는 순간 거의 기절초풍할 일이 생겼습니다.
간밤 11시10분경 개스렌지위에 갈비탕을 끓여 놓고 잔다고 하다가
그만 깜박하고 잊어버린 채 잠들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장장 6시간을 깨스불에 스텐찜통을 올려놓았습니다.
바로 곁에는 개스배관이 지나가고 있었고
옆에 놓여있던 냄비의 프라스틱 손잡이가 녹았고
불끄고 식힌 다음에 보니 스텐 찜통은 밑창이 덜렁 떨어졌습니다.

렌지후드 주변이 노랗게 갈비탕 내용물이 끓으면서 올라온
매연으로 물들어 있었습니다.
찜통 뚜껑은 그냥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너무 창피해서 찜통을 아까울새도 없이 둘둘 싸서 버렸습니다.
깨스로 우리 아파트가 폭발할 뻔 했습니다.

약 1시간만 더 지났더라면 큰 사건이 생겼을 것입니다.
신문에 나고 테레비에 보도될 뻔 하였습니다.
하루종일 온 집안 문을 다 열어 놓았건만
아직도 독한 냄새가 집안에 진동합니다.

평소에도 잠깐씩 음식을 올려놓고 깜박 잊어먹다가
냄비를 태운 일이 있어서 가슴 썰렁한 적이 있었으나
개스불에 음식을 올려놓고 잠들어 버린 것은 처음입니다.

우리가 무사했다는 것,
불이 나지 않았다는 것,
이런것도 기적이지만 나같이 칠칠 맞은 사람이 이웃에 한사람만 있어도
목숨을 부지하기 힘든 일인데
오늘 하루 무사하게 살아있다는게 바로 기적이로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모두 불구덩이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요.
불! 정말 유용하지만 무섭고 또 무섭습니다.

부끄럽기 짝이없는 이야기를 자랑이라고 하는가 흉보시겠지만
정말 개스불에 무엇이던 올려놓고 자리를 떠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특히 컴퓨터에 빠져서 음식을 태운다면 유감천만이 아닐수 없습니다.
나같은 실수는 누구도 저지르지 않았으면 하난 바램으로 주책을 떨고 있습니다.

늘 잘 죽게 해달라고 기도해왔는데 정말 잘 못 죽을 뻔 했습니다.
아직도 오늘 새벽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채
독한 냄새를 며칠간이나 감수해야 할런지요

오죽하면 남편이

"제2의 인생을 산다고 생각해!" 라고 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