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그녀는 아무일도 할수가 없었다.
그저 방안을 서성이면서 가슴속을 짓누르는 무언가를 자꾸 손으로 쳐
보지만 답답한 가슴은 그대로다.
어제 형님 전화도 신경쓰이고 신랑의 모습도 눈치가 보이고...
그녀는 뒤죽 박죽인 마음을 정리해 볼려고 하지만 마음은 자꾸자꾸 그녀를 미로 속으로 끌고 가는것 같다
전화벨이 울려 받아보니 신랑이다.
아이가 왔냐고 묻고 아직 오지 않았다는 ?은 통화가 끝나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결혼한지 육개월
아직 서로 낯설기만 한 열네살짜리 여자아이와 그녀가 한 남자로 인해 서류상으로 모녀가 되어버렸다.
결혼하고 얼마지나지 않았을때 아이가 울었다.
외할머니가 보고싶다고 ...
그모습에 덜컹 그녀는 보내주겠다고 약속을 해버리고 만것이다.
친엄마의 사랑을 받다가 어린 나이에 할머니한테 와서 삼년동안 아직 엄마랑 통화도 해보지 않았다는 아이가 측은했던 것이다.
그리고 어제 아이를 보낸것이다.
아이를 보낸순간 집안 분위기는 나뭇잎이 건조함을 못견뎌 바스라지는
것처럼 되어버렸고 그녀는 금단의 열매를 건드린듯한 당혹감을 느껴야지만 되었다.
어둠이 거의 도시에 내려왔을때 아이도 도착했다.
그녀는 허둥대는 속마음을 감춘채 잘 갔다왔냐고 무심히 묻는다.
그러면서 아이를 보니 옷이 바뀌었고 쇼핑빽도 두개 정도 들리어있다.
순간 아이가 그녀를 바라보면서 말을한다.
"응... 나 엄마 만났어.차에서 내리니까 엄마가 있었어"
"그래? 좋았겠네 피곤할텐데 올라가봐"
아이가 이층으로 올라가는 발소리를 들으면서 그녀는 아주 잠깐 그 자
리에 가만히 있는다.
그 복잡하던 머릿속이 어느새 텅 비어버린다.
그녀는 의외로 담담한 자신의 모습에 놀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