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이가 떠나고 제일로 급선무인것이 경제적인거였읍니다.
그리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약간의 저축을 하며 살았었는데
그이에게서 들어오던 돈이 두집살림으로 인해
절반으로 뚝 떨어져 버린것입니다.
우선은 먹고살수 있다해도
우선은 아이를 가르칠수 있다해도
시간이 가면 통장의 돈은 곶감빠지듯 그렇게 빠져나가
바닥을 드러낼것만 같았읍니다.
그이는 매월 얼마의 액수를 정해 통장에 입금을 시켜준다고 했었지요.
아이가 학교공부를 마치고 결혼을 할때까지 말입니다.
그럴꺼라고, 그렇게까지 무책임한 사람은 아닐거라고
마냥 믿고만 있기에는 웬지 불안했읍니다.
신문들을 모아다가 여기저기 전화를 해보니
나를 필요로 하는곳은 식당의 잡일밖에는 없었읍니다.
시급 얼마로 하루의 몇시간을 구정물통에 손을 담그다보면
서러움 만큼의 돈은 내 손에 쥐게 될것입니다.
퇴근들을 서두르는 그 시간에...
나는 출근을 서두릅니다.
서둘러 아이가 먹을 저녁밥을 준비해놓고
종종걸음으로 거리의 찬바람과 맞딱드립니다.
음식냄새와 함께 후끈한 식당안의 열기를 채 느낄사이도 없이
난 주방안으로 미끄러져서는 빨간색의 고무장갑을 손에 끼워 넣습니다.
때론 내 허리만큼의 설겆이감이 쌓여서는 나를 기다립니다.
정신없는 손놀림으로 조금씩 그릇들이 말갛게 되어가고
북적대던 사람들도 하나씩 줄어갈때쯤
주방장 아줌마가 한잔의 음료수를 내게 내밉니다.
며칠사이에 얼굴이 많이 친숙해지고
왕초보인 내게 설겆이의 요령도 가르켜준 고마운 사람이지요.
그니가.....
내게 지나치듯 묻습니다.
" 아아는 우짜다가 하나만 놓고, 그래 남편은 뭐하는 사람인가? "
"ㅎㅎㅎㅎㅎ "
소리없이 나는 웃습니다.
" 남편이 없나? "
" .... 네 "
" 와? 죽었나? "
" .... 네, 죽었어요 "
" 와? 뭘로? 교통사고가? 아니면 빙들어 죽었나? "
" 그냥...죽었어요 "
흘낏 거리며 주방장 아줌마는 내 눈치를 살핍니다.
왼쪽 심장께가 아려옵니다.
뒤돌아 가만... 가슴을 진정시킵니다.
나를 설명하기가 싫었읍니다.
날 버리고 떠난 그이를 입에 오르고 싶지 않았읍니다.
주방장 아줌마는 혀를 ?? 찹니다.
괜한것을 물었다는듯 표정으로 내게 미안함을 드러냅니다.
그 미안함이 내 어깨를 가만 토닥거리는것으로 대신 합니다.
싱크대에 고개를 박고 그릇들을 씻어가는데
뿌우옇게 시야가 흐려집니다.
서둘러 뜨거운물을 틀어 내 주위를 김이 서리게 합니다.
아랫입술에서 통증이 밀려옵니다.
아픔을 깨달았을때는 이빨자국만큼 부풀어 올랐을때입니다.
그래, 그이는 죽었어.
그이는 죽은거야.
주문처럼 마음의 소리로 되뇌입니다.
생각없이 퇴근시간이 다 되었나봅니다.
밥을 먹으라는 소리에 서둘러 식당내부로 들어간 나는
나물에 잘게썰은 김치를 넣고 고추장과 함께 밥 한공기를 버무립니다.
우적우적 한공기의 밥을 다 비우니
배가 어지간히 ?杵女ず릿鳴玆?한마디씩 합니다.
히죽
주위를 둘러보며 근육으로만 웃습니다.
하지만 모릅니다.
그 한공기의 밥맛이 어땠는지는요.
밤 열시가 조금 넘어가고 있읍니다.
인사를 하고 식당문을 여니 찬 바람부터가 나를 맞아줍니다.
출근때처럼 다시또 종종걸음으로 난 딸아이가 기다리는 내 집으로
걸음을 재촉합니다.
마음속으로 그이를 죽이면서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