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모양새의 삶을 산다.
하얀 백지를 한장씩 건네받고, 저마다 쓰고 싶은 대로,
그리고 싶은 대로, 입히고 싶은 색깔로
나름대로의 자유를 누린다.
하지만 어떤 이는 이미 반쯤 다 그려진 백지가 아닌 미완성 작이
앞에 놓여져 있음을 발견하는 이가 있고,
가도 가도 길이 보이지 않고 계속 백지 상태인 이가 있는 듯 하다.
세상살이는 선택인 부분과 선택이 아닌 부분이 공존하는 세계 같다.
부모가 그렇고, 자신의 성이 그렇고, 성별이 그렇고, 얼굴 생김이
그렇고....
등등 우리는 선택의 여지와 관계없이 부여된 혜택으로
누리고 사는 삶과, 개척해야 하는 삶의 귀로에 놓이는 듯 하다.
옛부터 부모를 잘 만나는 사람들은 주위에서 보면 세상을 참 편하게
들 사는 것 처럼 보인 적이 있다.
어린 나이에는 그런 그들이 무척이나 부럽고 그랬지만
지금은 오히려 개척의 여부를 타고난 미지의 세계에 흥미를 느낀다.
거울을 보면서 40대 이후의 얼굴은 스스로의 책임이라 하던 그 누구
의 말을 떠올려 본다.
남들은 말한다. 아직 잔주름 하나 없는 얼굴이라고....
하지만 주름살 하나 둘이 뭐 그리 대수일까?
흐르는 세월 앞에서도 팽팽한 얼굴만을 고집하기 위해 보내는 시간
만큼은 왠지 아까울 듯 하다.
그 만큼 보이지 않는 내면을 갈고 닦기 위한 새로운 미지의 여행 같
은 시간은 늘어 가는 주름살 앞에 좀더 자신을 당당하게 서 있게 하
진 않을까?
정말, 나이를 먹을 수록,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
해 본다.
열 마디 말을 하기에 앞서 한 마디의 말에 더 조심을 하고 싶고,
좋지 않는 생각이 고개를 쳐들때 불쑥 불쑥 내리 누르는 익숙한 감정
조절의 깊이를 키우고 싶어진다.
여자로 태어난 이상, 남자들이 갖지 못하는 그 이상의 아름다움을
나름대로의 세계에 끌어들여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겠다느 욕심도
부려본다.
남자들이 누리지 못하는 화장하는 시간....
그런 시간도 자신을 가장 솔직하게 표현하는 연습의 한 페이지이며
자신의 내면까지도 곱게 어루만지는 마음으로 버려야 할 것들을 쌓
아두지 않는 마음 밭갈이에 게으름이 없어야지 싶다.
그저 여기 까지 오는 동안 힘든 시간들이 오히려 위로가 되고
역으로 배워내야 할 요소들을 제공하고 있을 때
그때도 지나고 나면 모두 다 행복이었다 말 할 수 있었으면 싶다.
나를 둘러싼 모든 테두리를 사랑으로 감싸안아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줄 무엇인가를 키우는 시간이
내게는 삶의 한 방법인 것이다.
곱고 평화로운 풍경화 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으로
붓을 들어 보지만
그저 솔직함이 묻어나는 인간을 주제로 한 따스함이 베어 있는 그림이
그려지길 바란다.
우린 오늘도 자신의 그림을 그리기에 저마다 바쁘다.
어떤이는 여름날 비온 뒤의 맑은 하늘 처럼 개운한
한편의 수채화를.....
또 어떤이는 먹구름이 몰려오는 무서운 섬광 같은 어두운 느낌의
유화를....
누구는 그리운 얼굴 가슴에 한가득 아름다운 초상화를....
보여지길 기대하지 않는
아무도 모르는 혼자만의 그림이 아니었으면
조금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어떤 색깔이, 어떤 모양이 좋을까를 서로 상의 한다면
삶의 무게가 조금쯤 더 가벼울 수 있을까?
지금 나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