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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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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BY 칵테일 2000-11-28


에이브라함 링컨이 그랬나요?
나이 사십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일전에 <성형미인>에 대한 이야기도 했었지만,
요즘들어 특히 '얼굴'에 대한 생각이 많습니다.

남편은 벌써부터 흰머리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시아버님께서도 머리가 일찍 세었다고 하는데,
아마도 그걸 닮았는지 남편은 벌써부터 흰머리가
꽤 많이 눈에 띕니다.

얼굴은 그다지 나이들어보이는 인상이 아니나,
그런데도 설핏설핏 보이는 흰머리를 보면
웬지 모르게 내 남편도 이제는 어느 새 나이가
들어가는구나....싶습니다.

며칠 전 만난 남편의 누님이 그러시데요.

10년도 넘게 못만났던 학교 동창들을 모처럼
호텔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였는데,
정작 그 친구들이 들어서는 모습들을 보니
어쩌면 하나같이 다, 그 어릴 때 자기 엄마들의
모습인지 모르겠다구요.
그래서 서로 그 이야기들을 하며 담소했다고 해요.

나도 그런 것을 요즘에서 느껴요.

돌아가신 내 어머니의 모습을 거의 기억못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우연히도 같은 동네에 사는 아지트
회원 동생 중에 내 어머니와 흡사한 느낌을 주는
이가 있는 것입니다.

처음에 그 동생의 얼굴을 보고, 참으로 알 수 없는
복잡한 심정이 되었더랬습니다.

그런데 어느 모임에 나갔더니, 그 동생을 만난 일이
있는 다른 어떤 이가 저더러 그러더군요.
그 동생과 제가 너무 많이 닮았다고요.

내 어머니를 닮은 동생.
그 동생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는 나.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죠.
딸이 어머니를 닮는 것이 뭐 이상한 일이겠어요.

라식 수술을 하고나서 시력이 굉장히 좋아졌습니다.
수술하기 전에는 항상 안경을 쓰는 편이었는데,
그래도 욕실을 쓸땐 안경을 벗는 일이 많았죠.

하지만 시력이 좋아지다보니 잘 보이는 것 때문에
재미있는 일이 참 많이 생기더군요.

특히나 욕실에서 우연히 내 얼굴을 보고,
내 스스로 깜짝 놀란 적이 있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을 본 거에요.
그것도 바로 제 얼굴에서.....

어릴 때 교과서에 본 "큰바위 얼굴"이 생각납디다.
그렇게 닮아가려고 했던 얼굴이 바로 지금 나의 모습
이 되어가고 있다는 게 너무도 신기하지요.

나는 샤워를 할 때, 머리가 길다보니 우선은 머리부터
감고 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머리를 감고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잘 감싸곤
하는데, 남편은 그 모습이 참 마음에 든다고 해요.

그런데 그런 나의 얼굴은, 내 어릴 때 어머니가
세수하시느라 머리를 수건으로 감쌀 때 자주보던
모습과 많이 닮아있습니다.

그런 걸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고 조차 생각도
못했었는데, 이제는 막상 나의 일상적인 모습에서
가끔씩 잔잔히 어머니의 모습을 느껴요.

아마도 그것은 지금 내 나이가 바로, 그나마 가장 기억이
많이 남았던 때의 어머니 나이와 비슷하기때문일까요?

한지붕밑에서 한솥밥을 먹으면 전혀 다른 부부나,
남도 서로 그 얼굴을 닮아간다고 하는데,
하물며 한 피와 살로 맺어진 부모자식간에야
얼마나 더 잘 닮겠어요.

살면서 점점 더 자식은 부모의 모습을 닮아가고,
또 그 닮은 모습은 자기의 자식대에 까지도
끝없이 이어지겠지요.

어찌 생각하면 너무도 평범한 일이라 신기할 것도 없는
일 같고, 또 달리 생각하면 이처럼 신기한 일이 또
있을까싶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다만..... 하나 더 생각되는 것은, 어쩌면 서로가
닮는다는 것은 단순한 흉내내기라기보다는 너무도
당연하게 이루어지는 자연현상같은 것 아닐까...합니다.



칵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