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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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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하여...


BY mangajii 2000-11-27

박완서씨의 '아주 오래된 농담'을 읽으며, 죽음에 대한 공감가는 이야기가 있어 적어본다.

"사람은 태어날 때 비슷하게 벌거벗고 순진무구하게 태어나지만, 죽을 때는 천태만상 제각기 다르게 죽는다.

착하게 살았다고 편하게 죽는 것도 아니고, 남한테 못할 노릇만 하며 살았다고 험하게 죽는 것도 아니다.

남한테 욕먹을 짓만 한 악명 높은 정치가가 편안하고 우아하게 죽기도 하고, 고매한 인격으로 추앙받던 종교인이 돼지처럼 꽥꽥거리며 죽기도 한다. 아무리 깔끔을 떨고 살아봤댔자 자식들한테 똥을 떡 주무르듯 하게 하다가 죽을수도 있다.

이렇게 사람은 각각 제나름으로 죽는다. 이 세상에 안 죽을 사람 없다는 걸 알면서도 죽을 때는 자기만 죽는 것처럼 억울해 하는건 이런 불공평 때문일까. 무도 없는 무, 호기심조차 거부하는 미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까."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죽음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신의 죽음에 대하여 생각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나에게도 언젠가 문득 죽음이 찾아올 것이다.
죽음이 나를 찾아왔을 때 나는 어떻게 죽음을 맞아야 할까?

오래 전에 소크라테스의 죽음에 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소크라테스가 죽음을 앞두고 감옥에서 친구들과 죽음에 대한 문답을 나눈 것을 기록한 책이었는데, 죽음에 대한 나의 죽음관(?)을 확립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탈옥을 권하는 친구들에게 소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이세상의 낡은 옷을 벗고 새로운 세계로 가는데 왜 이렇게 슬프하느냐?'고.
소크라테스는 동양철학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고 한다.
특히 불교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아마도 '윤회설' 을 상당히 믿은 듯하다.

불교에선 '아트만'이라는 우리의 본질은 영원히 소멸되지 않는다고 했다. 본질은 변하지도 소멸되지도 않고 계속 윤회한다고 한다.

우리의 육체는 정신을 담는 그릇일 뿐이다. 그러니 새로운 세계로 가기위해 낡은 육신을 버리는 것이 무슨 슬픈 일이냐고 하는 소크라테스의 말은 나에게 죽음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했다.

우리의 삶은 삶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진다.
죽음 역시 각자의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것이다.

난 죽음을 슬프게 받아들이고 싶진 않다.
낡은 옷을 갈아입 듯 그렇게 홀가분한 마음으로 맞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