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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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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한그루의 행복


BY 쟈스민 2001-06-29

하루 일을 마치고 집에 와 보니

두 아이들 물건으로 온 집안이 어지러웠습니다.

그 와중에도 큰 아이는 제 손으로 만든 옷으로 인형을 곱게

단장시키고 있더군요.

어디서 생각해 냈는지 와이셔츠 단추도 두개 달고, 단추 구멍도 만들

어 얌전히 채워놓은 것이었어요.

그럴듯한 모양새로, 잘 맞는 사이즈로 어깨와 옆구리선을 바느질(?)

하고, 스커트는 엉성하지만 그래도 옷핀으로 모양을 낸 걸 보니 아마

?N스커트를 만든 모양이예요.

아홉살 난 여자아이의 솜씨라 생각하기엔 좀 황당했습니다.

눈 대중으로 잘라 만든 옷 치고는 너무 그럴듯 한 것이었기에 왜 옷

을 만들게 되었느냐 물었습니다.

학원 마치고 집에 오니 동생이 피곤했는지 곤히 자더란다.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에 학교 준비물 하고 남은 천으로 무얼 할까

생각하다가 아끼는 인형에게 예쁜 옷을 만들자고 생각했다 하였습니

다.

아이들 앞에서 자주 바느질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아닌데

언제 바느질이란 걸 해 보기나 한 걸까?

정말 뜻밖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맑고 깨끗한 눈동자 속에 번지는 미소와 즐거움에

덩달마 마음이 흥겨워졌습니다.

한참을 딸아이와 그 인형 이야기를 하며 속으로는 "너도 어쩔 수 없

는 천상 여자인가보다" 그런 생각으로 슬며시 웃음이 나왔습니다.

예쁜 것 좋아하는 것은 지 에밀 닮은 게지 .... 두시럭 떠는 것도 그

렇고....

해걸음에 새로 맞아들인 어쩌면 애인이 될지도 모르는 한 그루의

나무를 새 식구로 맞아들였답니다.

두 딸들은 저마다 키가 제법 큰 그 나무아래서 갖은 포즈를 잡으며

"나라면 이렇게 하고 사진 찍으면 예쁠 것 같아" 하며 신나게 표정을

연출하는 것이었습니다.

큰 딸아이는 그 나무 옆에 서서 "엄마 나무그늘 아래 있으니까 참 시

원하다", 작은 아이는 "엄마 나무가 너무 멋있게 생겼어요. 보기만 해

도 참 시원해 보여요" 이런 말들을 하는 것이었다.

엄마의 애인이 될지도 모르는 그 나무인데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참 신선했습니다.

어떤 사물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솔직한 느낌을 표현할 줄 안다는 건

크는 아이들에게는 중요한 걸 테지. 그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내 아이들 만큼은 세상 살이에 지쳐서 아름다운 것을 보고도

못 본척 재미없게 살아가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밝고, 활기찬 집안 분위기를 내기 위해

나름대로는 평소 애를 쓰곤 합니다.

마파람이 치는 공간에 놓여진 그 나무는 살랑거리며

즐거운 여름을 노래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재잘거림에 박자를 맞추듯이......

그 어떤 값진 에어콘 바람 보다도 더 시원하고, 맛깔스런 바람이었습

니다.

"그래, 돈 10만원이 지갑에 들어 있다는 건 그리 큰 행복을 가져다

주지 못할 지 모르지,

하지만 몇 번의 망설임끝에 맞아들인 그 나무를 바라다 보는 시간,

그 식구를 맞는 시간은 온 가족이 행복할 수 있어 좋은 거 아닌가.

그런 생각하면서 가만히 잎사귀를 만져 봅니다.

여린 새순은 꼭 어린 아기와 같더군요.

"수정아, 수미야, 너희들이 자라서 시집 갈 때쯤이면 이 나무 얼마만

큼 자라 있을까? 라고 질문하니 "하늘 만큼 자라 있을 테지요"

그런 대답하면서 하루해가 저뭅니다.

흐린 하늘 때문에 자칫 어두 침침해지기 쉬운 내 사는 공간이

한그루의 나무로 인해 그리 빛날 수도 있음을 아는 시간은

참 행복했습니다.

세 모녀가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대화의 소재가 되어 주는

그 나무가 그저 고마웠습니다.

생활을 만들고 싶습니다. 사랑을 키워내는 생활, 이야기가 있는 그런

생활을....

큰 지출을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넉넉하게 살아가는 방법이 분명히 있

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늘 분주한 발걸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올망 졸망 작은 꿈을 새록 새록 키워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