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 소리 김윤진 갑자기 쏟아지는 봇물같은 비 시원한 음률 따라 소나기와의 외출 커다랗고 노란 우산, 노란 장화가 유년의 시절을 엿보게 하고 빗소리에 잠이 들곤 하는 병약한 자신을 보게된다. 빗소리와 친근한 다정한 고향 밤새 그 소리에 젖었던 초록의 향기들 유리창에 미끄러지는 은회색 줄기 하나, 둘... 상냥한 인사를 하는 통통한 빗방울 만개한 꽃과 어린 잔디 위에서 속삭이는 밀어로 노래하는 빗소리 나뭇가지 사이엔 풍부히 피어 오른 잎새 즐거운 내음 어느덧 둥둥 떠다니는 느낌 일렁이는 가슴 빗소리 때문이려나?
어제는 겨울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입동이었다. 아침 일찍 나선 출근 길 시원한 공기 마시며 발걸음 재촉하는 데 뚝뚝 한 방울 두 방울 빗줄기가 거세 졌다. '어? 어쩌나? 우산도 없는데...' 할 수 없이 바람결에 비스듬히 쏟아지는 비를 맡으며 빠른 걸음 하면서 '와! 시원하다'하면서 두 팔 벌리며 어린아이처럼 올려다 본 하늘은 내 머리 위엔 먹구름이 저쪽 산허리엔 햇살이 비춰지는 호랑이 장가가는 날? 활짝 피었던 억새풀도 흠뻑 젖어 고개 숙이고, 메말라 보였던 텅 빈 늦가을 들판도 흙 내음을 풍겨오고, 한참 물들어 가던 단풍잎도 기운 없이 뚝뚝 떨어져 버리니 아마 이 비 지나가고 나면 겨울이 내 옆에 와 있을 꺼야 추위를 유난히 많이 타는 나인데... <작은 글> - 애 어른 - 입동이 지나서 인가?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와서 그럴까? 많이 쌀쌀해진 기운에 습도가 높아 눅눅한데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서니 방바닥이 썰렁한 게 아닌가? "딸아 안 추워?" "아니. 옷 안 벗고 있잖아요" "왜? 벗고 좀 씻고 있지" "옷 벗음 추워요" "보일러 틀면 되잖아" "엄마는 우리끼리 있는데 뭐" "추운데 참는 거야?"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엄마, 아빠 오면 틀려고..." "참나. 그러지 마. 엄마 들어서면 따뜻한 게 좋지" "그래도 아깝잖아요" "낼부터 신경 쓰지 말고 보일러 돌려라" "호호 그렇게 할게요"한다. 며칠 전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녀석들 겨울옷 몇 가지를 사 가지고 들어갔다. "어? 엄마 그게 뭐예요?" "응 너희들 옷이야." "와! 한번 입어 봐야지" 둘이서 신나게 이것저것 입어 보더니 아들 녀석 사이즈는 맞아 입어도 되겠는데 딸아이 바지 하나가 꼭 맞아 보였다. "엄마 바지 바꿔주세요" "왜?" "지금 딱 맞으면 내년엔 못 입잖아요" "못 입으면 동생 주면 되지. 너무 크면 보기 싫어" "싫어요. 따뜻한 바지 오래 입고 싶어요" "참나, 알았다. 내일 바꿔 올께" 날 닮아서 인지 딸아이도 추위에 약한 줄은 알지만 정말 그런 맘 들어서였을까? 내가 그렇게 가르친 건 아닌데 할머니와 생활하다 보니 아끼는 습관 저절로 들어가는 가 보다. 화장실 들락거리면서도 꼭 전등불은 끄고, 물 부족 국가라 하면서 수도꼭지 잠그는 건 기본, 일학년 때 부터 외삼촌, 할머니댁에서 얻은 용돈 모아 둔 통장 살짝 보니 40만원이 넘었다. "딸아 너 그 돈 뭐 할건데?" "호호 나도 엄마처럼 어른되면 하고 싶은 것 할려구요" "뭐가 제일 하고 싶은데?" "그건 비밀!~~" "참나.." 60년대에 자란 40대 우리야 보고 배운게 아끼는 것이었지만, 요즘 신세대가 어디 그렇던가? 부모님께 용돈 타 가지 않고 벌어 쓰는 자식이 효녀. 효자이며,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월급 다 사용하고 대부분 손 벌려 카드대금 매꾼다고 하지 않던가? 2학년 밖에 안 되면서 어른 노릇을 하려고 하니 더욱 마음이 야릇해 진다. 아이는 아이 다운 게 좋은데... 나쁜 건지 좋은 건지 아리송한 날 되었네.... ==chrick!~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