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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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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 무엇인지....


BY 쟈스민 2001-06-27

친정엄마의 제사를 모시러 오라버니네에 다녀왔습니다.

불혹의 나이를 이미 넘어 버린 터에 터울 많은 아이들 셋을 남겨두고

일때문에 제주도에 간 오라버니는 참석도 못한 것이었습니다.

사는 게 무언지....

남들 하루 세끼 먹을 때 혼자 네 다섯끼 먹는 것도 아닐텐데

설겆이를 도우며 내내 마음 언저리가 도려내듯 아팠습니다.

그 먼 곳까지 가야만 했을 오라버니의 생활이란 게 그저 안쓰러웠습니다.

집안엔 변변한 생활 가구 하나 없이 사는 모습이 왜 그리도 안돼 보이던지....

핼쓱한 얼굴의 아이들까지도 고모된 이의 마음을 아프게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돌아오는 발길까지 무겁게 하는 마음 한구석을 내리 누르는 짐

피를 나눈 형제들끼리는 그냥 그들이 좀 여유롭게 살면 그저 즐거울

것 같습니다.

내게 어떤 도움을 주지 않아도 그냥 그들이 다 잘되길 바랄뿐인 것입

니다.

아직 돌도 안된 아가는 아무것도 모르고 방실 방실 웃기만 하더군요.

그런데 어쩐지 그 아가의 눈 속에 비친 세상에 대한 생각이 자꾸 들어

서 마음이 개운치가 못하였습니다.

아무리 고단한 삶의 짐을 지고 살아도 자식에게만큼은 모든 걸 다 해

주고 싶어하는게 부모된 자의 마지막 소원이 아닐까요?.

얼마나 사는 게 녹녹치 않았으면 그 먼데까지 가서 집을 떠나서라도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되었을까, 자세한 이야기는 들어 보지 못했지만

저 자신도 사는 데 바빠 신경쓰지 못한 부분에 못내 미안함으로 그저

부끄러운 시간이었습니다.

괜히 자신만 너무 챙기고 산 듯하여 한편 답답하고 흐린 마음으로 돌

아왔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앞만 보고 달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아가에게 어울릴만한 옷도 두어벌 마련하고, 내심 건강하기만을 빌며

아가를 안아보았지만 어디에로 둥둥 떠다니는 마음조차 추스리기란 너

무 어려웠습니다.

세상은 참 고르지도 못한 가 봅니다.

없는 사람들이 생각도 못하는 곳에 돈을 쳐들이고 그러고 사는 사람들

도 많고, 아주 기본적인 생활 문제도 해결하기 어려운 이들이 함께 공

존하는 산다는 것의 어려움 ...

그런것들이 돌아오는 내내 마음을 무겁게만 합니다.

꼭 오늘의 흐린 하늘 만큼이나....

고1짜리 조카는 교원대를 진학하여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고모에게 조용히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굿굿하게 자신의 의지를 꺽지 않고 잘 커주

는 조카가 마냥 이쁘고, 한 때 어려운 시절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아

말은 안해도 영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아무리 사는 게 어려워도 이렇게 커가는 새싹들은 여전히 아름다운 빛

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그런것들이 위로가 되어 이제는 우리네 삶도 조금쯤 가벼워졌으면 하

는 바램을 키워봅니다.

얼마전 부터 갑자기 꽃이 지며 잎이 다 떨어져 버린 나무에서

오늘 아침에는 새 순이 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바쁜 아침시간이어서 잘 보진 못했지만 분명히 거기에도

다 스러지지 않는 희망이 보였습니다.

아직 메마르지 않은 뜨끈한 무언가를 가슴속 밑바닥에 쟁여두고,

우린 다시 먼길을 가야할지 모릅니다.

사는게 무엇인지.....

혼잣말을 되내이며 수도 없이... 끝도 없는 그길을 가야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절망은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명이 다하는 마지막까지 짊어지고 가야할 우리 몫의 삶이

거기에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흐린 날은 괜히 사람의 마음을 무겁게 하지만

그냥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였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을 위하여 하는 기도 보다

더 많은 이들을 위하여 하는 기도라면

기꺼이 그러고 싶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