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Re: 가장 아름다운 인생의 복귀
좌정하고 앉아 고요해지는 일이 멀어졌습니다.
속리산 뒷자락 원각사에 들러 무수한 돌과 바위 병풍을 보았습니다.
평지를 걷고 쉬운 길을 걷다가
힘들게 산길과 길이 없는 길을 개척하며 향기를 풍기는
척박한 땅의 야생화를 보면서
어렵게 산을 오르는 것이
편하게만 살았던 것을 알게되는 일인 것 같아
땀을 흘리며 안쓰던 근육까지 움직여 정상에 올랐습니다.
글을 통하던
도를 통하던
꽃 피워 아름다운 향기를 지녀야 할텐데
어디 내 놓기 힘들어지는 것이
우울하고 힘들때 퍼올려진 것이라
역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잡아온 돼지 한마리를 먹고
뒷치닥거리를 하고 있습니다.
냄새를 피우며 구워지던 살,
넘살을 썰어 넣고 양파와 파, 청양고추 넣고
고추장과 고춧가루 넣고 찌게를 끓이고,
사오십명이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음식찌거기들,
돼지뼈를 우거지 넣고 찜통에 감자탕을 끓였습니다.
모두 다 정리된 셈이죠.
잔치집이였던 어제와 달리
내 속에선 넘 살이 왜 이리 비릿하고 끈적이고
속을 상하게 하는지
당분간은 넘살 먹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시도 썩으면 그런 역한 냄새가 날까요?
혹, 내 시가 죽은 시여서
역하고 힘들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산 정상에서 야생화 씨를 가져왔습니다.
어떤 꽃이 필지 모릅니다, 영근 씨앗이 손수건에 붙어 있습니다.
내년엔 이쁜 꽃이 핀다면
고산지대의 꽃이라 필런지 모르지만
피게 된다면 새싹부터 꽃 피는 내력을 소상히 바라보고 싶습니다.
향기는 있는지,
어떤 색인지,
그런 기다림, 설렘으로 내년을 기약해봐야 겠습니다.
가을 들녁과 단풍이 물든 산을 다녀왔습니다.
다시 다잡아 일을 해야하는데 걱정입니다. 어수선해져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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