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태초의 모습은 야수였다.
지각도 없고 예의범절도 없고 언어도 없었다.
현세 인간과 가장 큰 차이점은 두개골의 구조가 뒤로 누워 있는 형에서 직립형으로 바뀌었다는 사실과 송곳니의 퇴화이다.
즉 인간의 원초적인 모습은 주둥이가 앞으로 튀어나오고 송곳니가 발달한 육식성 야수(개코원숭이의 두상과 흡사)인 것이다.
인류학자들에 의하면 우리 조상들의 생활은 오늘날의 ‘사자’무리와 거의 닮아 있었다고 한다.
세렝게티 평원의 사자 무리를 수 십 년 동안 연구한 학자들이 있다.
덕분에 사자들의 생활은 낱낱이 알 수 있게 되었다.
가장 강력한 수컷 한 마리가 지배하는 사자 무리에서는 수 십 마리의 암컷과 어린 새끼들만이 존재한다.
수사자 몇 마리가 섞여 있기는 하지만 수컷이기를 포기하여야 만이 그 집단에 속해 있을 수 있다.
사자들의 무리에 속해 있는 한 그들에게 고독이란 있을 수 없다.
새끼들도 같이 키우고 같이 사냥하고 같이 옮겨 다니는 그들에게는 어느 순간도 혼자 내버려진 시간은 없는 것이다.
새끼 중의 수컷은 성년이 되면 그 집단에서 쫓겨나 광야를 방황하게 된다.
대개 한 두 마리씩 떨어진 이 놈들은 철저히 고립되어서 갖은 고통을 겪게 되며 고독하게 방황하며 자신의 힘을 길러야 한다.
그리하여 다른 무리를 발견하면 그 대장 수컷에게 도전하여 치열한 전투 끝에 승리하면 새로운 대장으로 무리를 지배하게 된다.
그 무리의 대장이었던 수컷은 쫓겨나서 대개는 혼자의 힘으로 살 수 없는 경우 죽음을 맡게 되는 것이다.
고독이란 이렇게 원초적으로 독립을 위한 연습의 단계이며 수컷의 전유물이었던 것이다.
여인이 고독하다함은 자신의 독립을 위해 수컷이 되기 위한 갈망이라 해석해도 좋을 법하다.
원초적인 고독이란 자신이 강해지기 위함이며 힘을 키워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하나의 교육프로그램이었던 것이다.
고독은 나약함의 산물이 아니라, 대등한 평등과 지배를 위한 몸부림이며 생존의 치열한 모습 그 자체인 것이다.
여인의 독립은 반드시 고독을 동반하며 또한 그를 이겨나가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오늘날은 독립하기 위해 수컷의 고독을 그대로 겪는 여인들이 많다.
갖은 세파에 시달리며 남자가 있으면 간단히 해결될 정도의 수없이 작은 문제들을 온 몸으로 맞으며 살고 있다.
외형으로는 여성이면서도 그들의 내면에서는 오늘도 수컷으로 되고자 하는 갈등을 눈으로 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