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부지런을 떨어 조금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아침의 상쾌함을 느끼고 싶기도 했지만 머리속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에 걸어서 회사를 가기로 맘먹었죠.
시장 사람들,
거기에는 벌써 한낮의 분위기였습니다.
이미 가져온 다라의 물건을 다 팔아버린 할머니도 계시고
떨이를 외치며 애타게 지나가는 나를 불러세우는 주름 투성이의 검은 얼굴도 거기에 있었습니다.
"새댁, 이거 다줄께. 이거 떨인데 이천원이야. 빨리 팔아야 버스를 타고 갈낀데..."
괜히 별 필요도 없는 열무를 3단이나 샀습니다.
그런데 가지고 가야할 일이 걱정이었습니다.
어떡하나??
마침 평소에 조금 아는 건어물 가게 아줌마가 생각났습니다.
힘겹게 거기까지 들고 가서는
"아줌마, 나 이거샀는데 다 필요없거든요. 이따가 나 한단만 주고 김치담으시라구요."
그리고 또 계속 시장길을 걸었습니다.
"달고 맛있는 성주 참외가 한 바구니에 3천원..."
'엄머, 많네. 이거 사서 가서 나눠 먹어야겠다.' 또 참외를 샀습니다.
낑낑..에고 무거워라.
또 조금 지나니 떡집 아저씨 아줌마가 싸움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 집은 왜 싸우는 걸까?
나 만큼 사는게 힘이 든걸까?
작고 야윈 떡집 아줌마도 불쌍해보이고 .
그랬습니다.
시장에는 참 많은 삶이 있었습니다.
시장에는 너무도 많은 갖가지의 삶이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나만 힘든게 아니고,
나 혼자만 외로운게 아니었습니다.
어제 돌아가신 이웃집 아저씨가 잠시 부러웠었습니다.
난 아직도 젊은데 이런 생각을 하고있는 자신이 참으로 웃기는 일이라고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내가 힘드니 다른 삶은 별로 눈에 들어오지도 귀에 들리지도 않는것 같습니다.
하루의 절반을 보내고 집으로 와야할 시간이었습니다.
내 주머니 속의 작은 폰.
내 남편과 내 아이가 아니면 별로 울리지 않는 폰을 꺼내들고 남편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여보세요? 자기? 나야.
나올래? 나 ~ 집에 가기싫어."
남편은 별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재미 하나도 없었습니다.
무덤덤한 남편 반응에 서운한 마음도 들고 괜히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한 손으로 눈물을 찍어내니 연신 주르르 흘러내렸습니다.
내 맘속 다 뒤집어 놓고 속에 있는 눈물 다 쏟아 내고 싶습니다.
내 속에 있는 서러움과 고달픔을 다 토해내고 싶습니다.
집에 와서 김치를 담그며 질질 짜고 서울에 있는 언니한테 전화 하며
또 울고 혼자 계시는 엄마 생각에 또 울고 울고 또 울어버렸습니다.
몰래 몰래...
아니 그건 내가 울고 싶어서 일부러 자꾸 생각해 낸것 같습니다.
실컷 울고 나니 조금은 후련해 지는거 같긴 하지만 해결된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밤에 이 늦은 시간에도 머리속은 꽉 차고 마음은 한없이 혼란스러워
정리가 되질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두서없는 글일지라도 토해낼수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낼 아침엔 아마도 눈이 부어 있을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
오늘은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겠습니다.
행복한 날들 맞이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