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딸 둘밖에 없습니다.
엄마는 출산의 고통을 남보다 몇배로 심하게 겪으셔서 아들이고 딸이고 또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집은 딸 둘밖에 없습니다.
제나이가 서른 하나, 삽십년 넘게 살아오면서 한번도 아빠에게 아들이 없어 서운하다는 말을 듣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제가 결혼을 해서 낳은 첫아이를 보시는 아빠의 눈에서 아들을 그리워했던 남자의 마음이 읽혀집니다.
아들이라서 딸이라서의 문제가 아니라 같은 동성으로서 이해의 폭이 다르다는 걸 이제야 느끼게 됩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아가면서 제 마음에 파고든 마음은 오직 엄마의 인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내가 겪을 수 없는 남자의 인생을 결혼 전이나 결혼 후나 결코 알 수 없는 그 인생의 아픔을 제 남편을 통해서 어렴풋이 알게됩니다.
아~ 우리 아버지도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그렇지만 마음 속 깊이까지 아빠의 인생을 이해하고 공감하기에는 아빠와 나는 서로 다른 성이라는 한계가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아빠의 인생을 이해하고 아빠의 고민을 공감할 수 있는 자식이 있었으면 참 좋았을텐데요...
그래서 아들하나 딸하나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딸은 엄마의 인생을, 아들은 아빠의 인생을 살아보면서 겪어보면서 뼈저리게 느끼고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니 말입니다.
여성에게는 여성의 인생이 있고 세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는 아픔이 있듯이 남성에게는 남성만의 아픔이 있고 고민이 있을텐데 전 죽었다 깨어나도 남성의 아픔은 모를 것만 같습니다.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겠지요.
가정을 꾸려야한다는 부담, 자식들 공부는 시켜야 한다는 인생의 커다란 짐...
아빠의 총각시절 사진을 보면서 문득 아빠는 청운의 꿈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인생은 다 그런것이라지만 그래도 자신의 생을 가슴 속 깊이 함께 공감할 수있는 자식이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우리 아빠는 어쩜 그런면에서 고독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가슴속까지 함께 공감해줄 아들이 없다는 것이....
아들몫까지 잘 하면서 살지는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살아보니 산다는 것이 그리 만만치는 않습니다.
하지만 엄마의 인생을 떠올릴때마다 엄마의 아픔을 공감할때마다 빼먹지 않고 아빠의 인생을 아빠의 아픔을 생각하는 딸이 되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