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사랑했었다. 대학 일년 첫 MT를 다녀온 후 부터 줄곧 지금의 그 사람이 나타나기 전까지.. 아니 어쩜 아줌마가 된 지금까지도 그 사랑을 잊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 남자 아니 그 친구는 겉으로 보기에는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처럼 거칠고 사나워 보이지만 실상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순순하고 정이 많은 친구였다. 언제나 남의 얘길 먼저 듣고 남의 부탁을 거절 못하는 그런 친구말이다.
우린 아주 많이도 사랑했다. 늘 그 친구를 만나는 날엔 가슴이 벅차 올랐고 들뜬 맘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같이 울고 웃던 시간들.. 그치만 문제가 없지는 않았다.
난 늘 기다려야 했고 그 친구를 위해 참아야만 했다. 그 친구에게는 내가 일순위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너무도 익숙해진 날 조금은 등한시하고 그냥 그렇게 언제나 자기 옆엔 내가 있을거란 그 자신의 믿음 때문이었는지 날 소홀히 하는 시간이 많았고 그 소홀함엔 난 견디기 힘들었고 조금씩 지쳐갔다.
어느새 친구는 국방의 의무를 져야할 시기가 왔다. 우린 서로에게 그 어떤 약속도 하지 않았지만 맘 한 구석에는 서로를 기다리는 맘이 있었을꺼라 생각했다. 그렇게 일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늘 둘이 함께 하던 생활에 익숙해 있던 내게 그 일년을 외롭고 긴 시간이었다. 그 와중에 난 지금의 남편을 알게 되고 결혼이란걸 하게 되었다.
그때 난 그런 생각을 했었다. 두 사람을 같이 사랑하고 만날 수 는 없다고 그래서 어느 한쪽을 정리해야 한다고.. 쉬운일은 아니었지만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긴 시간을 함께 해 왔던 친구..현재 내 곁에서 나와 함께 하는 사람...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
어리석었다고 할 수 있었겠지만 난 보이는 것을 선택했고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한낱 약한 여자의 모습이었음을 느낄 뿐이다.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의 난 그 친구의 아내가 되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