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아침마다 나는 한대의 버스를 탄다.
버스에 올라타 버스요금 자동결재기에 버스카드를 대면
무사히 요금이 결재 되어 나갈때가 있지만.
하루에 두번중 한번은 꼭 자동결재기가 나에게 말을 건다.
"빽빽..." 요금이 부족합니다....
줄줄이 이어 올라오는 사람들을 피해서 기사 아저씨뒤에 서 있다가
다시 카드를 대면
자동결재기가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 가볍게 내 운임값을 체크해간다.
손바닥 안으로 들어가고 버스와 전철 겸용 카드가 들어있는 검은 지갑안에는 몇개의 동전과 몇 사람의 명함과 또 한개의 버스카드가 있다.
그 카드에 남아 있는 잔돈 몇 푼이 내가 버스에 올라 체그기에 대면 항상 먼저
나서서 여러사람 앞에서 저는 버스 한번 탈 자금이 못된다고 붉게 소리를 지른다.
컴안에선 내게 필요한 자료를 다운 받아 다른 이름으로 저장을 눌러 놓으면
내가 너 나와라 하고서 클릭을 하기 전엔 한 곳에 모여 있어도 고개를 내밀지 않는데.
이 돈이란 옷을 입은 버스카드는 늘 그 가벼운 차림으로 하루에 한 두 번씩
꼭 나왔다 들어간다.
다른 이름으로 저장인 것처럼 지갑 깊숙이 넣었다가도
초록은 동색이란다 하였던 것처럼 다시 제자리에 모여 있다가 정리를 당하게 되는 버스카드.
하나를 정리해야지 하면서도 이 작은 하나를 정리한다는 것이
어쩌면 그렇게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버스에서 내려 지하도를 타고 내려간다.
지하도를 타고 내려가기 전에 다시 파란색 통과기에 카드를 대자 무사히 '찍' 소리를 내고...
기차가 지나간 뒤 한참이 되었을까 역사안은 조용하고 한적하다.
나는 기차가 올 곳 릴레이 식으로 형광등이 켜진 어두운 동굴 기차가 들어오고 나가는 출입구 앞에 서 있다.
아무런 기척이 없는 저 어둠속에서 기차는 늘 왔으므로
올 것이라고 믿으며 서 있는 사이.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서 있고.
아련히 저 어둔 동굴안에서 희미한 하나의 빛이 보였다가.
점점 커져서 내게로 오는 불빛
처음 주황색의 빛이였다가 노란색으로 화하여 저 멀리서 숨가쁘게 달려오는 기차.
기차의 몸이 오기전에 바람이 먼저 온다
비가 오기 전에 바람이 먼저 불 듯이.
사랑이라고 믿게 만들었던 것들이 뜨거운 혼곤의 바람으로 먼저 나를 감았던 것처럼.
숨가쁘게 달려온 기차가 토해내는 가쁜 숨 앞에서 신문이 뒤집어 지고
머리칼이 휘날리고 옷이 휘날리고 사람들의 몸짓들이 휘날리고 있다.
바람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이윽고 차가 멈추고 네모난 두 문이 쩍 열리는 순간,
토해져 나오는 사람들이 끝날 무렵에
나는
기다리고 있던 기차를 탄다.
그러나
정작 이 기차를 기다리며 서 있었음에도 문득 내가 가려는 목적지 말고 다른 낯선 곳으로 가고만 싶어진다.
낯선 곳에서 아침을 시작하고 싶어진다.
언제든지 o.k 싸인이 떨어져야 하는 패스를 들고도 요금이 부족합니다.
다시 재처리해 주십시요.라는 소리를 듣고.
들어갈땐 무사히 통과되었는데, 내 뒤에 사람들이 일렬로 서 있는데 변심을 한 카드가 빽빽 거리며 내 통과를 거부해 버리는 자리에 서서 또 다른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서 있어본다.
이윽고 어느 순식간에 마스네틱이 손상되어 버렸다는 소리를 듣고
동전을 겐네주고 가는 길.
결국 이 자리에서 더 이상 멀리 가지도 못하면서.
마냥 끝간데 없는 꿈을 꾸는. ..
살아간다는 일.
글을 쓴다는 일.
그리고 당신을 사랑한다는 일.
얼마나 낯설고 서툰 몸짓인가.
2001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