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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63

고향 선산


BY shinjak 2002-09-22

10 남매 장남인 우리집 큰 제사를 성당에서 추
석 합동미사로 지내고 추석날 새벽에 길을 떠
났다.

서해 고속도로를 선택했다. 성산대교로 가는
길이 말이 아니다.차들로 꽉 들어차서 숨을 막
히게 한다.

오션 파크 행담도에서 사람 구경을 하고
안개
낀 휴게소가 하늘 위에 떠 있는 것 같다.

길 위에 기름을 두 시간 여 퍼붓고 나니 드디
어 달린다. 120km는 게임이 안된다.목숨을 걸
고 달린다.

상식없는 지그재그식 운전자로 스트레스를 받
으며 안개로 인해 산천구경도 못하고 달리는
차들만 본다.

옆으로 지나가는 세피아에 탄 여인 녹색한복
에 녹색 가죽장갑이 웃긴다. 초보운전인가 보
다. 멋은 냈는데...

전봉준 고택 기념관을 지나면 선산이 우리를
기다린다. 우선 조선시대 양천 허씨의 선산에
서 남편과 자녀들은 14개의 묘에 절을 한다.
허리도 아프겠네.

우리 여자들은 잠시 묵념으로 대신하고,
풍요
를 자랑하는 감나무들이 산소 주변을 병풍처
럼 둘러쳐있다. 싱싱한 감의 달콤함이 우리를
추석으로 물들인다.

그 다음 장손들만 묻혀있는 어마어마한
선산
으로 달렸다.시골길 양옆으로 우리를
환영
하던 작년의 해바라기길과 코스모스길은 태풍
으로 흔적도 없다.오래된 소나무들만이 쓸어
져 죽음을 보일 뿐.

구 한말 군수를 지냈다는 선조의 묘는 죽어서
도 위상이 대단하다 묘의 크기로 봐서.

허리가 휠 지경으로 절을 하고.공원조성이 된
선산을 둘러보고.각자 집에서 해온 음식으로
담소를 나누었다.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란다.조카들이 이십여명
용돈을 다 주자니 지갑이 바닥이 나겠고,
우리 차에 탄 일곱째 시동생 딸 셋에게 한푼
씩 대신한다.벌써 여중생이 된 아이들이 엄마
닮아서 이쁘기도 하다.

점심을 시누이집에서 하기로 했다. 수십대의
차들이 마당을 꽉 채운다. 서울,부산,대구,대
전,광양,전주,포항,청주등 전국에서 모여든 형
제들의 차. 1억 6천짜리 BMW 차에서 프라이드
까지.

삽시간에 교자산 서너개가 나온다. 홍어찜,갈
비찜,산적,조기찜, 고구마순들깨집나물,어려
서 먹어 본 양애깐나물, 어젯밤에 빚었다는 깨
에 꿀묻어 나오는 반질반질한 예쁜 송편,뒷마
당에서 딴 단감,앞집 과수원에서 딴 불그레한
사과와 배,파김치,배추김치,고구마순 김치,산
자,무엇이 그렇게 많은지 상다리가 부러진다.
걸쭉한 막걸리에 설탕을 타 마시는 맛.아 멋
지게 취하는 우리의 불그레한 볼이 추석과 같
이 여문다.

사는 모습들은 천차만별 겉으로는 모두가 허
허 즐겁지만,나름대로의 시름을 오늘은 묻어
두고서 먹고, 마시고, 웃고, 파아란 하늘을 본
다.넉넉한 추석이 간다.

송대관의 고향학교를 지나 호남고속도로를 빠
져나가는데도 한시간이 지루하게 지나간다.출
발시간은 오후 3시.

서해고속도로가 막힌다는 방송을 들으면서 경
부고속도로를 선택했다. 추석이 아닌 듯한 고
속도로를 한가롭게 한 시간 여를 달렸다.
아니
나 다를까 대전 가까이에서부터 밀리는 차를
감당 못한다.

차 막혀서 집에 못갔다는 소리는 아직
듣지
못했으니 언젠가는 가겠지. 그러나 미칠 것 같
다.매연, 안개, 삐뽀삐뽀차소리,끌려가는 부
셔진 차,덤벼드는 옆차.버스,갓길로 달리는 얌
채족속들까지 합세하여 우리를 짜증나게 한다.
완전히 주차장이 되었다.풀릴 길없는 고속도로.

지옥을 통과하는 시간은 8시간. 왜 이짓을 즐길까요?

자동차에 한들이 맺혔나. 버스나 기차를 이용
해도 되겠는데, 편리를 추구하는 인간의 욕심
이 죄를 낳는것 같다. 자연을 파괴하고, 없는
기름을 땅에 퍼부어대고,

즐거운 추석이 아니라 탐욕의 삶의 현장에서
걱정이 쌓인다.

이게 죄악이 아닐까?

선산의 소나무 호박넝쿨에서 뒹구는 늙은 호
박 갈대를 헤치고 가는 선산 감나무에 주렁주
렁한 감들 고구마밭에 푸름을 자랑하는 고구
마순 노오란 벼들의 황금벌판

마음에 떠오르는 아침이다. 추석은 좋다.촉촉
한 풍요가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