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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이꺼이 소리 내어 서럽게 울었습니다.


BY 박 라일락 2002-09-21

꺼이꺼이 소리 내어 서럽게 울었습니다.

온 국민이 추석한가위라고 들떠있는 
명절을 바로 코앞에 두고..
에누리 없이 꼭박 3일 밤낮을 
죽도록 심한 열병 같은 몸살을 앓았습니다.
항암치료 후유증으로..


밝은 낮에는 그런대로 참을만했는데..
적막강산인 밤엔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꺼이꺼이 소리 내어 서럽게 울었습니다. 


 
치료 후.
닥치는 그 고통!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괴로움이 얼마나 대단하지 잘 모릅니다.
푸른 하늘이 노랗다 못해 똥색으로...
누워있는 침대머리가 회전의자 돌듯이 
빙글빙글 마구 돌아가는...

 
가장 많이 힘들어하는 그날 밤.
하나 있는 아들놈은 친구들과 어울려 
지어미의 숨넘어가는 아픔을 술잔 속에 묻었는지..
술좌석에서 정연 돌아 올 줄 모르고...
포항 사는 딸아이가 연락을 받고 한 밤중에 
차를 몰고 들어와서 랑..
곁에서 어미의 고통을 함께 했지요.

 
그 딸아이..
자기 생활도 있건만 뒤로하고 
늘 서울 병원에도 동행하는..
병으로 상처 난 어미 맘 불편할까봐..
자신을 나추고 양보하는..
어미의 명령에 한번도 불복종이 없는..
아름다운 심성을 가진 딸아이이지요.

 
치료 땜에 상경할 때나 내려 올적에 늘..
항공은 불안정한 일기관계로 자주 이착륙하지 못하고..
버스와 열차는 장시간 지루하고 불편해서..
이번에는 직접 가을여행 삼아 내차를 가지고 갔더랍니다.

 
서울병원 가는 길은 
직접 운전을 해서 성공적이었는데..
돌아오는 길은...
딸아이가 운전을 했는데..
치료가 오후 늦게 끝났기에 출발도 늦었는데..
해지기 전에 고속도로위에 차를 올려야 하는데..
추분을 앞둔 짧은 가을해는 이미 서산을 기울고..
우리 모녀가 고속도로 진입하는 IC 찾는 길이 서툴러서
약 2시간을 서울 강남에서 강동까지를 헤매고 다녔다 아입니까?


어미는 머리에 열이 나서 
뚜껑이 열렸다 닫혔다 신경질이 나는데..
딸아이는 화를 삼키고 꾹 참고서랑..
“어머니요.
집에 일찍 간들..
엄마를 사랑하는 반쪽이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토끼 같은 귀여운 젖먹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오늘밤 12시 내로 들어가면 되는데..
그만 화 풀고 재미있는 얘기나 하이소 마..“
딸아이가 늘 어린아이로 보였는데..
어느새 내 스승이 되어 지어미를 위로하고 있으니..

 
첫 휴게소에서 간단한 저녁식사를 한 후.
딸아이로부터 차키를 받아서 
무인카메라 요리조리 피해서 냅다 밟았지요.
예정시간보다 1시간 좀 더 늦은 밤 11시에 
집에 무사히 도착을 했답니다.
 
 
1차 항암치료 4번은..
심한 속 울림과 온몸정신이 나태함에 빠지는 
죽음의 함정이었다면..
이번에 받는 2차 치료는 
온몸의 뼈와 근육이 녹아나는 고통을 가하는 
수렁의 덧에 걸리는 것 같았지요.

 
원래는 방사선 치료가 끝나고 
회복하는 21일간의 간격을 두고 
치료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 날짜가 명절 바로 전날이 되기에..
추석 명절을 앞두고..
한가정의 며느리요 주부라는 의무감을 무시할 수 없어서
일주일을 당겨서 치료를 원했더니..
방사선 치료에서 파괴된 백혈구형성이 좀 덜 되었다고 하면서
치료 후유증이 심하더라도 참으라고 
의사님께서 말씀이 있었는데..
진짜로 참 견딜 수 없도록 형벌이 가해지더라고요.
 

 
몹쓸 병에 시달리는 순간순간마다..
왜?
하필이면 나란 말인가? 하고..
참 많이도 神을 저주하고 원망도 했는데..

 
병실에서..
24시간 일주일 내내 항암치료를 받는 
한쪽 다리를 완전히 절단한 골수암 환자가 있었는데
다리를 잘라낸 부위에 다시 균이 생겨서 항암치료를 중단하고
자기가 사는 지방에서 방사선 치료부터 하려고
울면서 병원 문을 나서는...
 

또 다른.. 경우.
위장 암 2기 말인데 수술은 잘 되었는데..
먹지를 못해서 겪는 고통이 참을 수 없다고 하소연하는데..
그 분도 입원해서 
4일 꼭 박 12시간 항암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주사기를 꼽는 그 순간부터 초죽음이 되고
퇴원 시에는 반 시체가 되어 나간다는..
 
 
넘 넘 힘들어하는 
다른 많은 환우님들을 목격하고선..
약 3시간도 안되게 치료를 받고.
치료 후유증도 일주일이 지나면 정상으로 돌아오는 나로썬..
그래도 神으로부터 약간은 선택받은 것 같은 느낌에
감사하는 마음도 이젠 갖게 되었답니다.
 
 
이럭저럭 9월이 가고나면..
만추가 깊어지는 10월이 오고가고..
계절은 뉘와 약속이나 하듯이..
낙엽이 뚝뚝 떨어지는 
초겨울 11월이 어김없이 찾아 올 것이고..
 
 
화려한 그 봄날 나를 찾아 온 불청객..
11월이면 내 곁에서 멀리 떠나보내려는 
이별을 고할 예정입니다..
한번도 가보지는 못했지만.. 
지옥 같기만 한 힘들었던 모든 치료가 끝장이 나지요.
 

늘 남보다 더 같고 싶어서 안달을 부렸던 욕심도..
나보다 더 낮은 사람에게 베풀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매일매일 바쁘게 종종 걸음으로 달리던 마음도..
모두 허공으로 날라 보내고..


이제부터..
그 썩었던 마음이랑 깨끗이 비우고..
圓을 그리는 인간다운 인간으로 살려고 노력하렵니다.
 
 
많은 격려 주신님들에게..
진정으로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님들 가정에..
한가위 달만큼 꽉찬 행복을 누리시고..
즐거운 추석명절 보내세요.

꺼이꺼이 소리 내어 서럽게 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