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수다에 빠져있다보니 날짜지나는 것도 잊고 있었다
수요일.....
비록 비는 내리지 않지만 그래도 결혼 초까지는 수요일이면
그이가 또 내가 작은 봉오리의 수경장미부터 우아한 흑장미까지
온 방안이 장미향으로 넘쳐나도록 꽃을 사서 걸었던 적이 있었다
어찌된 일인지 최근에는 딸아이 유치원에서 보내라는 화분에
베고니아 모종 심어 보낸것이 내가 꽃을 돈 주고 산 유일한 일이
되고 말았다
점심식사를 하고 있을 시간쯤 신랑에게 전화를 걸었다
- 자갸~ 이따 퇴근할때 나 크구 이쁜 걸루 장미 한송이만 사다 주라
- 오늘 무슨 날인가...? ( 뭔가 기억해 내려고 애쓰는 목소리로...)
- 글쎄... 잘 생각해보구.... 암튼 꽃은 꼭 사와 ... 알았지~?
결혼하면 나는 어떠어떠하게 살겠다고 꿈도 많고 계획도 많았는데
아이키우고 살림에 매달리다보니 놓치고 지나온 것들이 참으로
많았었구나...싶은 생각이 든다
이제 달력에 쭉 줄서있는 빨간글씨에는 여타의 다른 주부들과는
비교는 안되겠지만 그래도 시댁에서 외며느리로 해야할 많은 일들과
가뜩이나 식구없는 친정에 엄마와 남동생 달랑 둘이서 지내야할
아빠의 추도예배까지 모든것이 맘에 걸리고 답답해 온다
며칠 집을 비울것이라 생각하고 이것저것 집안 정리를 하고 아이들을
재우고 신랑을 기다리며 며칠전 시작한 딸아이의 옷을 뜨게질 하다
깜빡 잠이 들었다
몇시쯤 되었을까.....
열쇠 돌리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리고 ... 자기야~? 하는
내 소리에 몸은 문뒤로 가리워진채 한아름 장미꽃 다발이 불쑥
집안으로 들여진다
회사직원들과의 회식자리에서 일찍 일어나지 못하고 노래방까지 끌려
갔다가 새벽시장에서 물건 떼오는 꽃가게 주인을 만나 만지기도
아까운 망사포장도 아닌 신문으로 둘둘말은 그 안에 가시까지 그대로
달린 장미더미에서 대충 다발만 풀어 말아쥐고 훤하게 동터오는
시각에 들고 온 것이었다
웃음도 나고 늦게 들어온데 대한 화도 내야 하겠지만 마시지도 못하는는 술을 몇잔 한뒤 오락가락 하는 정신에도 아내의 부탁을 기억하고
신문으로나마 둘둘말아 꽃다발을 준비해 왔다는 것이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 끅~ 짜아식이 말야 ...끅...울색시가 옛날에 꽃가게에서 알바이트
했었다구 했더니 말야...끅... 부인이 이쁘신가봐요... 그러는데 말야..끅.. 그짜아식이 울색시를 언제 봤지..끅...크크크... 암만봐두 말야...끅... 당신이 꽃보다 헐씬...헐씬 이뿌다...끅... ZZZ
하늘은
그리고 삶은 이렇게 나로 하여금 감사하며 살아야할 이유를 깨닫게
하시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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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