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서 차를 타고 조금 나가면 숲으로 둘러 싸인
그림같은 호수가 나온다.
맑고 푸른 물에 잔잔한 물결은 너무나 아름다와서,
남편과 나의 주된 데이트코스가 되었었다.
우리는 마음이 울적하거나 갑갑할 때면 아무말하지 않아도
그곳으로 달려가 마음을 다스리곤 했었다.
그곳의 물의 깊이는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맑은데도 끝이 보이지 않았고,
어떤 땐 뛰어 들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했다.
그런 충동마저도, 그 호수의 물을 더럽히는 것 같은,
신성불가침으로 여겨지곤 했는데,
남편 말에 의하면, 해마다 한사람씩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희생되곤 한다는 것이었다.
물귀신이 잡아끈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조심해야 한다고, 아름다운 만큼
독을 품고 있다고 일러 주었다.
집안의 바쁜일로 그 호수를 찾지 못한 지 몇 달,
우리는 무언가에 끌리듯이 그 호수를 찾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그동안 가뭄때문에 그 호수의 물이 완전히 말라버린 것이다.
그렇게 말라 버린것은 그 동네 사람들이 기억하는 한 처음이란다.
우스운 것은 물이 마른 호수의 모습은, 우리나라의
얕은 냇가의 모습과 그리 상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게도 두려움과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던,
깊고 푸르던 물의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마른 나무 등걸과, 음료수 통들과,
큰 바위 몇개가 전부였다.
사람의 몇 길이 될거라는 귀신나온다던 곳은,
그저 바위 옆의 조그만 웅덩이였고,
그것도 그리 깊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물귀신은 어디로 갔을까?
몇 달 뒤 또 갔을땐 이름모를 풀들이 자라나,
보통의 낮은 구릉과 다를바 없어,
그 곳이 호수였음을 증명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 이런식으로 지형의 변화가 일어나는 구나하고,
씁쓸하게 발길을 돌렸었다.
가슴속에 호수와 그 호수가 부여하던
전설과 경외감과
안타까움을 안고....
그런데 비온후의 모습이 궁금해 다시 가 보니,
며칠간의 장마로 또 물이 불어나,
예전의 호수의 모습이 다시 살아나 있었다.
여전히 두려움을 자아내고 위압적인 모습으로,
푸르름을 뽐내고 있었다.
그 무성하던 풀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수장되어 물풀이 되었나?
과연 물귀신은 돌아 왔을까?
돌아왔다면 그동안 어디에 가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