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나 있지? 지금 공원 벤취에 앉아서 전화하고 있어~"
"난 있지~ 전화를 해도 이렇게 멋있는 곳이 아니면 안해~"
"나 너무 멋있지?"
그는 멋을 부리는 남자다. 뭔 멋을 그렇게 부리는지..전화를 해도 멋있는 곳이 아니면 안된다. 잔뜩 폼을 잡고 전화를 해야 직성이 풀리나 보다...
아니..어쩌면 그렇게 멋을 부리고 폼을 잡으면서 스스로 자기의 행동에 도취되어 가슴가득히 솟아오르는 아련한 행복감을 즐기는지도 모른다. 그는 그런 사람이다.
행복이란 무엇일까?..사랑이란 무엇일까?..
행복..사랑..모두 추상적인 단어들이다..
이와 같은 추상적인 단어는 느낌으로 전해오는 것이 아닐까?
행복을 느끼고..사랑을 느끼고..
행복하다는 느낌..사랑한다는 느낌..
그는 그 느낌을 즐기려는 것이다.
그는 그 느낌을 완전하게 소유하고 싶은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하면서 '사랑해'라고 속삭이는 단 한마디조차도 그는 그 순간의 그의 느낌을 그대로 전해주고 싶은 것이다.
"매일 매일 주고받는 '사랑해'라는 말이지만 어떻게 어제의 느낌과 오늘의 느낌이 같을 수가 있겠니?"
"어제는 어제의 느낌대로..오늘은 오늘의 느낌대로 너에게 '사랑해'를 외치고 싶어.."
그는 항상 그렇게 말한다.
멋을 부리는 남자..
전화를 하면서도 멋을 부리고 싶은 남자..
매일 매일 주고받는 사랑의 밀어조차 주변의 분위기와 함께 전달하고 싶어하는 남자..
잔뜩 멋을 부리는 그 남자의 전화는 오늘도 계속 되고 있다.
넓은 운동장 한가운데 우뚝 서서 목청껏 사랑해를 외치면서..
비오는 날 공중전화박스에 기대어 뿌연 하늘을 바라보면서..
이른 새벽 안개낀 공원의 조용한 벤취에 앉아서..
낙엽지는 거리가 너무 아름다운 길가의 나무에 기대어 서서..
별이 빛나는 밤 한잔의 와인과 함께..
고속도로 옆에 세워 둔 자동차 속에서..
사람많은 쇼핑몰의 한쪽 귀퉁이에 서서..
..자스민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