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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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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스러운 행복 찾기.


BY 雪里 2002-08-22

남부지방의 수해가 복구되려면
아직도 멀었다는데,
이젠 완전히 그친줄 알았던 비가
할일없이 또 내립니다.

엊그제 하루 빤하니 비추던 햇살이
너무도 반가워서
방안 한구석에 며칠째
햇볕 구경 한번 못하고 쭈글거려진 고추를
손가락 갈퀴로 긁어 모아
옥상으로 올라가 펴 널었습니다.

쪼그린 자세가 영 불편해서
무릎을 꿇고 옮겨 다니며
따가운 햇살에 알 머리를 내 맡기고는
머리속에서 표피밖으로 솟고 있는
땀의 움직임을 오랫만에 느껴 보았더랬습니다.

너댓새를,
눕거나 서기만 하면서 살아 보았습니다.
끼니때만 겨우 식탁에서
잠깐동안만 앉으면서 말입니다.

어찌된 몸이
앉는 자세를 허락하지 않는겁니다.

편히 서지도 걷지도 못하면서
앉는 자세엔 인색한터라
겨우 밥이나 끓여 내놓는데도
어머님의 많은 도움을 받습니다.

그러면서도 우스운건 말입니다.
주부인 내게 뭐 중요한 소식이 올 게 있다고
뻣뻣하게 선채로 컴을 열고는
이틀쯤에 한번씩은 꼭
메일을 확인 하는 겁니다.

그것도 돋보기를
코 중간쯤에 걸치고는 말입니다.

한동안 안들리던 통증크리??에 가서
허리에 주사기로 얼마만큼의 액체를
몇군데 나누어 밀어넣고
엎드린 하반신 전체에 수십개의 침을 꽂고...

덕분에 긴 시간은 아니어도
앉을 수도 있고 편히 기침도 할수 있으니
살 것 같습니다.

이정도만 아픔에 그래도 감사합니다.

몸이 안아프면 더더욱 좋겠지만
이만하니 다행이라고
더 많이 아픈 사람들에 비합니다.

많이,
그리고 자주 아파보면서
아무래도 나는 그 어렵게만 느껴지던
부처님 아니면 다른 신이라도
감히 섬길 수 있을것 같습니다.
내 마음을 다스릴 능력이
많이 생기는것 같거든요.


차라리 한줄금 쏟아지고
멈췄으면 좋으련만
우산을 쓰지도 벗지도 못할만큼
비는 계속 내리고 있습니다.

일을 나갔다가
비때문에 그냥 왔다는 아저씨 한분이
술에 흠뻑 젖고 비에 젖어서
날씨탓을 하다가 사람탓을 하다가,

대통령 나오라며 고개 뒤로 젖힌채로 올려 대고는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 대고 있습니다.

술기운이 좋긴 한가 봅니다.
윗사람들을 친구처럼
너냐 나냐,
부를 수 있는 두둑한 배짱이 생기는 걸 보면.
저 아저씨가
잠깐이라도 편안해 보이는 저녁 입니다.

나는 오늘,
이렇게 다시 앉을 수 있어서
행복해 하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