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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251

아름답게 늙어가는 방법 84


BY 녹차향기 2001-05-31

엉덩이가 크세요?
ㅋㅋㅋㅋ
갑자기 웬 엉덩이 타령이냐고요?

이 기사 좀 읽어보세요...

(엽합뉴스)
엉덩이가 넓은 여성이 좁은 여성보다 더 건강하고 더 오래 산다는 연구결과가 29일 나왔다.


스웨덴 연구진이 고텐부르크시 여성 1천462명을 볼기 폭에 따라 4개 소그룹으로 나눠 건강과 사망률을 비교조사한 결과 둔부가 넓은 여성과 좁은 여성간에는 분명한 차이가 난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며 특히 궁둥이가 넓은 여성의 경우 당뇨나 심장혈관 질병에 걸릴 위험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망률도 둔부가 넓은 여성이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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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도 잠깐 라디오에서 이 말을 듣고 킥킥거리며 웃었는데, 지금 아.컴 홈 첫면 뉴스란에 이것이 씌여있더군요.
옛날 어른들이 엉덩이가 큰 여자를 골라 규수감을 삼았다더니, 과연 이유가 타당하네요.
고추장, 된장, 간장 등 담궈먹는 음식이 항암효과가 커서 옛날 선인들의 지혜를 우러러 보게 만들더니 이젠 여자들 엉덩이 큰 것 또한 딱 들어맞는 말씀인가 보네요...

얼마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있었잖아요.
요즘 말로 쭉쭉빵빵한 아가씨들이 늘씬한 각선미와 풍만한 가슴을 한껏 드러내며 자신의 매력을 과시하고, 그중 세련되어 보이며 세계대회에 한국 대표로 내놓아 손색이 없을 진.선.미를 선발하는 과정을 해마다 바라보면서 어렸을 적 제 꿈을 떠올렸었지요.
제 꿈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1등하는거, 미스코리아 진이 되는 꿈이었거든요.

텔레비젼 화면을 통해 요정처럼,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처럼 사뿐사뿐 걸으며,
"어느어느 미장원 원장 선생님, 감사하고요...엄마, 저를 이쁘게 낳아 주셔서 고마워요.."
하며 울먹이는 것을 얼마나 부러워 했겠어요?
엄마가 시장갈적에 들고다니시는 퍼런 색 보자기를 목 뒤로 질끈 동여매면 그것이 마치 미스코리아들이 바닥에 질질 끌고 다니는 가운이 되고, 30cm자를 한 손에 곱게 쥐면 그것은 그녀들이 들고 다니는 트로피가 되잖아요.

하지만,
점점 자라면서
마네킹처럼 비슷비슷한 그녀들의 얼굴과,
너무 말라빠져 툭 치면 금방 엉덩이 뼈가 쏟아져 나올 듯한 그녀들의 몸매,
사회자 질문에 더더 거리며 동문서답하는 일부 그녀들의 현명하지 못한 머리,
아, 물론 물론 그녀들 중 몇몇은 세계대회에 나가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또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활동도 많이 한다고 하였지요.
잠깐, 지금 제가 미스코리아가 되지 못해 하소연을 하고 있는건 아니지요?

쑥쓰러움이 많아 수영장 가서도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수영복을 입어 본 적이 없는 저로써는
(에이,,,,, 몸매가 아니었잖아...)
또 눈,코,입 지방자치제가 발달하여 견적을 내면 수천만원을 하는 저로써는
(그래.. 별명이 와이셔츠 단춧구멍이었잖아.)
그 대회 근처에도 얼씬해 본 적이 없지만,
행여 내게 그런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는 딸이 있다면?
지금부터 워킹을 시키고, 지금부터 다이어트 시키고, 보다 완벽하기 위해 몇 군데 성형을 하고...
그럴까요?
그랬을까요?

엉덩이가 커야 건강하게 오래 산데요.
병에 잘 걸리지 않고, 건강한 아줌마가 된대요.
건강미!!!!!!!!!
이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 있을까요?
조금 몸매가 뚱뚱하면 어때요?
남들 보기에 필요이상의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몸을 하고 있음 되지 않을까요?
얼굴은 별로지만 말을 주고받으면 끊임없이 즐거워 지는 사람,
몸매는 평퍼짐하지만 고민을 털어놓기에 딱 좋은 사람,
팔뚝이 두껍지만 운동이라면 한가닥 하는 사람,
전 그런 사람들이 좋아요.

아줌마면 조금 더 아줌마답게.
유부녀면 조금 더 유부녀답게!!
시대를 함께 따라가며 호흡하는 것도 좋지만, 자기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옷이나 헤어스타일, 필요 이상의 노출 또한 보는 사람에게 혐오감을 일으킬 수도 있거든요.
엉덩이 좀 크면 어때요?
클수록 좋다잖아요.

그간 제 엉덩이가 조금 큰 것 같아 신경이 쓰였었던가 보네요.
통쾌한 마음이 드는 것을 보니...ㅋㅋㅋㅋ
미스코리아가 못 되어서 인생이 또 어떻게 달라졌을지는 모르지만,
전 아주 만족하거든요.
작은 눈이지만 생기있게 반짝이고,
조그만 코이지만 무슨 냄새든 잘 맡고,
그럭저럭 생긴 입술이지만 나름대로 좋은 말만 하고 살려고 애쓰고.
많은 평범한 아줌마들처럼요.
평범한 아름다움.
건강하고 생기발랄함.
참을 땐 참을 줄 아는 용기와 인내.

오늘 밤엔 유난히 밤 공기가 몸에 착 붙네요.
늦게 어디 마실이라도 다녀오고 싶고, 빈 놀이터에 혼자 그네를 흔들거리며 앉아 하늘에 떠있는 달이라도 쳐다보고 싶네요.
그러다 괴한이라두 나타나면 어쩌냐구요?
설마요...
얼굴이 무기인걸요.

마흔을 바라보며 알게된 인생의 비밀 가운데 하나가 아름다움은 결코 외면에서 나타나지 않는다는 거예요.
속에서부터 우러나와 겉으로 마침내 더 이상 감출 수 없어 흘러나오는 내면의 아름다움이 어찌 병원에서 만들 수 있고, 어떻게 미장원 원장들의 솜씨에서, 디자이너의 손에서 끝날 수 있겠어요?
힘든 일을 끝까지 참고 견뎌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자랑스런 주부들의 억센 손,
종일 안팎의 일에 최선을 다한 주부들의 고단한 종아리를 대신해 주는 아름다움이 있을까요?

엉덩이를 더 키워야겠네요.
그래야 더 건강하다니깐요.
모두 평안한 밤 되세요.
낼 아침엔 모두 더 건강한 몸으로 일어나세요.
피곤한 심신을 단잠에 녹여버리시구요.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