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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36

한숨


BY canon 2002-08-20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멍하다.

토요일에 이웃집 가족들과 공원에서 식사를 했는데
즐겁게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기분이 너무 이상했다.
일요일에 또 그들과 호숫가에서 같이 점심약속이 있다고 남편이 가자고 했다.
너무 붙어지낼 필요가 있느냐고 피곤하다고 했지만 남편은 이미 약속을 했다.

일요일...기분이 좋지않은 이유를 알게되었다.
이웃집 여자와 우리 남편...
둘이 서로 좋아하는 것 같았다.
운전은 남자들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남편과 바싹 붙어서
지도를 보며 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서 있었다.
그러고보니 최근 남편이 세차를 할 때 그 여자가 도와주었고
몇번 우연히 만나 남편과 같은 차를 타고 왔고
잠깐씩 이야기를 할 때 나에 관해서 너무 많이 안다는 느낌이 들었고
이웃집과의 모든 연락은 남편과 그 여자가 주도를 했다.
집 전화번호부에 그 집 전화번호가 없지만 남편은 알고 있다.
공원에서 내가 아이들과 새밥을 줄 때 그 집 남편도 왔다갔다 했는데
남편과 그 여자는 그 자리에 없었다.

그 여자는 지난 겨울에 이사왔는데
그 이후 계속 남편하고 인사하고 길에서 만나면 오래 서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여자를 괜찮게 생각하는 듯한 남편
언젠가 창밖으로 그 여자를 보면서 요즘 눈에 띄게 예뻐진다고
생각하면서 애인이라도 생겼나 하면서 웃은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남편이 옆집에서 저녁먹고 차라도 같이 한잔하자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두 집이 가까이 지냈다.
가끔 밤 열한시에 그 여자가 수박을 갖다주기도 하고 그랬다.
늦었는데...생각하면서도 우리집에 불이 켜져있으니 왔나부다했다.

그렇게 된 거구나 생각하니 호숫가에서 그 여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잠시 갈등이 생겼다.
생각보다 빨리 결정이 내려졌다.

백번 양보해서 둘이서 아름다운 정신적인 사랑을 한다치자
그럴 수 있다. 어느정도까지 그건 모른 척 해 줄 수 있다
둘이서 몰래 만난다면 모르지만
가족들 앞에서 그 분위기를 풍긴다는건 정말 싫었다.
그 여자로서는 내가 갑자기 차갑게 대한다고 생각했겠지만
나로서는 눈도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남편에게도...
물론 할 말 없다. 난 남편을 사랑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인간적으로 최선을 다 할 지는 몰라도
남자로 사랑해 줄 자신없다.
그 여자처럼 순진하고 깊은 눈매로 남편을 바라볼 일도 없고...
하지만 아이들 아빠다.
인간적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애들을 위해 희생하라고는
말 못한다. 하지만 남편도 빨리 방황을 접었으면 싶다.
이웃집 여자도...커가는 딸이 있으니 진짜로 운명적으로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위대한 사랑이 아니라면 빨리
접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