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여행을 다녀왔다.
부안의 변산을 들렀다,
해남과 강진 그리고 보성을 거쳐 담양의 소쇄원까지...
두루두루 우리산하의 아름다움을 가슴가득 담아왔다.
사실은 여행내내 비가 와서 이대로 서울로 다시 가야하는건
아닌가 싶었다.
아이들에게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하는걸로 시작해서 우선 아이들의
기분을 업그레이드 시켜 주어야 겠다고 찾은 변산해수욕장에
도착했을때 참 많이도 내리던 빗줄기를 만나면서
이번 여행을 이대로 할수 있을지 의문스러웠으니까...
여름이 맞나 싶게 날은 추웠고, 바람과 함께 비가 내리는 바람에
바닷가 근처만 배회를 하다 돌아 섰는데 아이들은 바다를 옆에 두고도
놀지 못하는 걸 비탓이 아니라 엄마아빠탓으로 돌렸다.
바다는 그날 우리를 반겨주지 않을 심산이었는지,
해수욕장을 지나 채석강을 반쯤 돌아갔을까,밀물때라며
더이상 채석강을 볼수 없으니 그냥 돌아가라 그랬다.
그래서 \'산과 바다와 들녘의 행복한 어울림\'을 보여주던 변산의
능선을 따라 찾아간곳은 내소사였는데 빗속에서 보는 산사는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일주문까지 가는 길 양옆의 전나무 숲길에 사람들이 빨갛고 노란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모습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근사했다.
빗속으로 퍼져오던 흙냄새와 전나무 특유의 비릿한 내음이
그 길을 걷는 내내 따라왔다.
그리고 전나무 숲길이 끝나는 지점에 단풍나무 사이로 보이던
부도밭은 또 얼마나 고즈녘하던지... 잠시 비가 와서 여행이
어찌될지는 뒤로 하고... 목백일홍이 알맞게 피어있고
노송이 그 꽃들과 조화를 이루던 부도밭 가장자리가
낮은 담장으로 산모양새를 따라 층층을 이루고 있던 모습이
참으로 어여쁘고 아늑한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몇번 산사를 둘러 보았으나 그렇게 예쁘게 담장이 둘러쳐진 부도밭을
내처음 보았기에 한동안 그곳에 그렇게 서있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긴 전나무 숲길이 끝나고 이젠 정갈함을 마음에 들여 놓았다
싶을때 마침내 내소사 경내가 눈에 가득 들어왔다.
1000년이 되었다던 느티나무와 그리고 얌전히 돌축대로 싸인
절집의 풍광이 병풍처럼 둘러 쳐진 산아래 위엄과 다정함이 적절히
섞인 모습으로 서있었다.
비가 여전히 내리는 가운데 절집 처마밑으로 낙숫물이 긋고 있었고
그 낙숫물이 긋는 자국마다 얕게 웅덩이가 동그랗게 패여 나란히
통통거리는 모습이 참으로 정겨웠는데
대웅보전의 꽃창살 무늬는 여러가지 꽃들로 꽃밭을 이루고 있었으니
그모습 또한 잊히지 않을 아름다움이었다.
단청이 벗겨진대로 연꽃이든 국화꽃이든 꽃송이 한쪽이 뜯겨진대로
나름대로 고운세월을 안고 있는 그 꽃창살이 어찌나 어여쁘던지...
참 아름다운 절이었다.
책속에서 보았던 대로 겨울날 눈을 뒤집어 쓴
전나무 숲길도 한번 걸어 보리라 생각이 들게한,
대웅보전의 꽃창살의 그 아름다움을 새기는 마음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게한, 부도밭을 가기위해 건너야 했던
돌다리 까지 정겹던 고운 모습의 그런 곳이었다.
내소사의 말사 쯤 되는 개암사를 들렀다가 ( 그 절집 개는
노란 비옷을 입은 우리 딸아이에게 어찌나 짖어대던지 )
고창으로 향했다. 선운사 근처의 민박집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날 일찍 선운사로 향했다.
아름드리 동백꽃으로 유명한 절,, 선운사엔 이미 동백꽃은 저벼렸으나
유난히 짙은 초록색으로 빛나는 잎사귀를 자랑하는 동백나무 숲은
여전히 당당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선운사에 왔으니 도솔암을 찾아야 겠기에 아이들과 함께여서
조금 힘든 여정이 될것 같았지만 도솔암을 찾아 오래 오래 숲길을
걸었다. 비로 불어난 계곡은 하얀거품을 품고 폭포처럼 쏟아지듯
흐르고 있었고, 비를 맞아 더욱 싱그런 수목은 함초롬이 비에
젖고 있었는데 연보랏빛 부전나비는 어디서 그렇게나 많이 나타나
아이들 앞에서 군무를 연출하는 것이었다.
마치 보랏빛 수국꽃 두송이를 따서 붙여 놓은 듯한 그 나비는
도솔암 가는 길에서 많이 만났던 나비중 하나였는데
나중엔 아이들이 친구에게 말을 걸듯 나비에게 말을 걸 정도로
친해져 버렸다.
그곳에서 기도를 하게 되면 다 이루게 된다는 암자,도솔암에
도착해 보니 그곳이 깊고 깊은 산중이라 예까지 온 아이들이
대견스러워 나도 의연한 마음이 되어 부처님전에 얌전히 두손모아
합장을 하고 \'나와 우리가족 그리고 세계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라는 거창한(?) 기도를 올리고 나왔다.
그리고 찾아본 벽을 깍아 만든 17미터 높이의 마애불이 주던
장대한 느낌은 선운사를 찾은 마무리를 해주듯 위엄있는 모습으로
거기 사진에서 본대로 명치 부분에 비기를 넣어둔 자리를 보전하며
서있었다.
절집마다 깃들인 유장한 역사와 문화를 느끼기엔 아직 역부족이었지만
그 좋은 것들을 좋은 느낌을 갖고 내것으로 만들고자 노력한
그날의 여행이 아이들에게도 좋은여운으로 기억되길 바라며
산을 내려오며 떠오르는 말이 있었다. \'아는 만큼 느끼고
그 느끼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는....
그리고 보성의 녹차밭에서 맡아지던
독특한 풀냄새,,, 소쇄원, 명옥헌,식영정등...
우리나라 원림의 근원지를 돌아볼 수 있었던
이번 여행이 비록 빗속에서 였으나
때로는 아름답고 때로는 사랑스럽고 때로는
고풍스러웠으니 이만하면 이번여행으로 많은 것을
느꼈고 그만큼 내안의 사랑이 자라 났다 해도 괜찮지 않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