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오늘밤도 남편과 아들을 따돌릴 궁리를 한다 또 다른 남자와의 데이트를 위해... 결혼후에 난 이런 사랑이 찾아올줄은 꿈에도 몰랐다 비내리는 창밖을 보거나 분위기 있는 찻집에 가면 이유없이 우울해지고 내 인생이 이렇게 그냥 저냥 흘러가는 구나 하면서 잠못이루는 날도 많았는데 연하의 남자를 만난후부터는 날마다 즐거운 나날이다 이남자가 좋아할만한 책을 고르기 위해 서점에도 자주가고 이남자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일부러 음악을 찾아듣고... 정말 내 정신을 송두리째 빼어가버린 사람이다 처녀적부터 아마 지금까지도 난 사랑을 받는 쪽에 속했지 사랑을 주는 쪽과는 아니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난후 나에게 찾아온 이 남자를 위해서는 난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다 여름이라 요즘은 야간의 데이트를 즐긴다 오늘밤도 9시에 아들에게는 쓰레기를 버리고 오겠다고 거짓말을 하고 난 부리나케 앞치마를 벗어던졌다 연하의 남자와의 데이트는 나름대로 무지 신경이 쓰인다 일단 옷차림부터 푹퍼진 아줌마 스타일은 아니다 그래도 최대한 짧은 핫팬츠에 민소매티,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운동화에 발목까지 올라오는 양발을 신고 화장안한 얼굴을 커버하려면 모자도 필수이다. 우리가 주로 만나는 장소는 우리아파트에서 걸어서 약 10분거리인 대학 운동장이다. 오늘밤도 그 남자는 자건거를 타고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다 "엄마 여기에요" "민이(2살난 동생)가 엄마 따라올려고 하지 않았어요" 하면서 9살난 나의 연하의 남자가 웃으면서 나를 반갑게 맞아준다 "자 오늘은 운동장 열바퀴 돌아야 한다" 여름밤의 공기는 선선해서 운동하기에 딱이고 밤하늘의 별은 운동하는 母子를 위해서 한곳에 머물러 비쳐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