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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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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난 언제든 떠날수있다


BY 이미경 2002-08-10



길 위에 서있으면, 이곳에서 저곳으로 가고 있다보면 언젠가 잃어버린 무엇, 사라져버린 무엇을 찾을 수 있을 것처럼 여겨진다. 잃어버리고 사라져버린 그것이 바로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느닷없는 생각에 때로는 후두둑 가슴을 떨기도 한다. 그럴때는 흘러가는 풍경 속에 행여 잃어버린 내가 없는지 눈을 씻어가며 차창 밖을 주시하곤 한다. 그리곤 중얼거린다. 바퀴에 실려가며 나는 중얼거린다. 언제쯤이면 과연 잃어버린 나를 찾을 수 있을까.... 양귀자-길모퉁이에서 만난 사람...중에서...

가끔은..나같이 평범한 사람에게도 기적은 잃어나는 법이다 그리고 그기적이 올여름 나를 찾아와 주었다... 아니..내가 찾아냈다고 해야할까?... . . . 난 기계를 잘 모른다... 하긴 잘모른다기 보다...복잡하게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야하는 일을 귀찮아한다고 해야겠다 그래서 사실 컴퓨터를 하는것도 어쩜 기적중의 하나일텐데... 이건 시대가 요구하는거라 어쩔수없이 익혀야만 했다 그래도 끝까지..온갖 핍박과 시련속에서도 절대 할수없다고 버티던것이 있었으니.. 그게 바로 운전이였다 타는건 자신있지만...직접 운전을 한다는것은 세상이 여러번 바뀌어도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왔으니까.. 그런데 이젠 안되겠다 싶었다 나도 이제 나만의 시간을 갖고싶었다 어디는 떠나고싶을때,자유롭게 떠날수있게 해줄...그 어떤 필요충분 조건... 운전이었다 그렇게 해서 결심하고 배우게 된 운전... 이 운전으로 인하여 올여름 휴가는 내생애 최고의 휴가가 될수있었다 해안도로를 달리고 싶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처럼...바람에 머리카락을 휘날리며...여유있게 한손은 차창에 기대고.. 우아하게...그래..우아하게... 그 꿈을 이루기위해 떠났다..우선 부산으로... 한때 우리식구가 살기도 했던 그리운 부산을 향하여..앞으로... 나를 제외한 남편과 아이들은 긴장했다...초보운전자가 운전하는 차를 타야했으므로 우리 큰아들은 열심히 초보운전 딱지를 붙여주었다 작은 아들은 내가 운전을 한다는 사실만이 신기하다는듯.. "엄마 멋있다"를 연발했다 부산의 바다는 언제봐도 정겹다 부산에 살면서 수도없이 바라보았던 바다인지라..정이 듬뿍들었음이다 조금 일찍가게된 휴가라 사람이 많지도 않았고,오랫만에 맞는 끈적한 바닷바람이 도시생활에 날선 마음을 둥글게 둥글게 다듬어주는듯 했다 이제 진짜..우아하게 해안도로를 달려보자고... 나의 운전여행은 다시 시작되었다 하지만 운전이란것이 그렇게 우아한 작업이던가..결코 그렇지 않음을.. 더욱이 초보인 내게는 거의 고문에 가까운 일임을 내가 어찌 몰랐던가 부지런히(?) 운전하느라..막상 해안도로를 달리면서도 바다는 볼수가 없었다 어떻게 운전하면서 옆도보고,뒤도보고,앞도보고..그럴수가있지? 게다가 전화까지 하는 사람들은 뭐야?... 유라시아에서 제일먼저 해가 뜬다는 이름도 간절한 간절곶에서... 간절한 소망을 바닷물에 띄워보내고... 대게가 유명한 영덕에서...밤바다..파도소리를 들으며,치밀하고도 집요하게 대게의 게살을 발라내는 일을 네식구가 오랫만에 한마음 한뜻이 되어 자랑스럽게 완수하고... 잊어야할것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것만 같은 망상해수욕장에서 태풍으로 성난 바다의 몸부림을 망연히 바라보고... 어느 한가한 농촌마을 지날때는 일부러 속도를 늦춰..도시에서는 꿈도 꿀수없는 여유를 누리기도했다 여행의 마지막날..그날은 아침부터 비가내렸다 그럼 그렇지..분위기 좋아하는 나를 위해 비까지 내려주는군... 음악들으며 분위기있게 달려줘야겠군....그러나... 그또한 엄청난 착각이였음을...아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대관령을 넘은 일은 지금도 내겐 하나의 전설처럼 기억된다 어쩜..그렇게 안개가 짙게 깔릴수가 있을까... 바로 앞이 안보였으니...내생에 그런광경을 다시볼수있을지... 결국 난 차를 타고 구름속을 달려온거였네...날아올수있었음 더 좋았을텐데... 어쨋든 바로 눈앞이 안보이는 대관령 산꼭대기를 돌고나니...안개속에서 산신령이 말하는것 같았다 "이제 그만 하산하시오,더 배울것이 없소이다..." 여행은 늘 설레인다 언젠가부터...떠난다는 일을 동경하게되고 떠나야만이 모든것이 새롭게 보이게 되었다 그래서 늘...떠날기회를 엿보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하지만 떠나는 삶도...돌아올곳이 있을때..아름다운 것이다 모든 방황을 접고 돌아가 편히 쉴수있는곳이..언제든 거기 있어줄때.. 그땐 떠나는 삶도 행복할수 있는거라 믿는다 돌아올곳이 있다는것은 분명 축복이다 아무것도 달라진것이 없지만,그래서 숨이 막힐지도 모르지만.. 지금 내가 돌아와있는 이곳이 내 가장 빛나는 자리임을 잊지말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