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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여성이 예수 역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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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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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오겠습니다.


BY epunu 2001-05-28

"다녀오겠습니다".
그 말한마디를 들을 때마다 또 마음이 착찹해진다.
벌써 10개월째 듣는 말인대도 여전히 난 정리가 안돼고 있으니...
작년 아니, 재작년 겨울부터 두아들들이 모자를 쓰고 밤마다 외출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두형제가 오락실을 가는건가 생각하
고 있었는데 들어오는걸 못보고 아침에 일어나서 보면 빨래통에 둘
이 벗어놓은 옷들이 있었다.
하루는 큰아이에게 조용히 어찌 된거냐를 물었더니만 씩 웃으며
하는 말 "우리요 DDR하구 왔어요"
TV에서 가끔씩 보면 아줌마,학생,할머니까지도 음악에 맞춰서 춤을
추는걸 우리 애들도 하는거구나 라는생각도 들어서
"그러니? 잘하긴 해? 재미도 있구?"
"그럼요? 지욱이는 선수인데요?" 동생이 하는일에 별로 잘한다는 얘
기를 않하는 큰애가 동생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무려 8개월- 큰애가 입대하기 전까지 두아이들이 야행성 동물 아니냐
는 놀림에도 불구하고 밤의 외출을 그치지 않았다.
큰애가 입대한 후부터 작은애가 형의 없는 자리를 서운해 하고 어쩔 쭐 몰라하는게 보여 걱정도 되었지만 오히려 형에게서 독립을 하게 될
좋은 기회도 되리라고 생각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보다는 형을 더
찾고, 의논하고,유난히 형과 대화를 많이 하며 지낸건 부모가 바쁘기
때문도 있었지만 연년생인 형이 동생을 잘 돌보아 주었기 때문이었다.
대학생인대도 작은애는 늘 염려가 앞서는건 내리사랑이라는 이유때문
일까?
하루는 작은애가 심각하게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한다.
"아버지,어머니,저요 학원엘 등록해야겠어요"
난 남편이 대답하기도전에 생각이 너부 기특해서
"그래 등록해라 내가 너 언제부터 얘기했니? 어느학원?
토익시험 점수 잘 나오는데 거기니? 학원비는 얼마구?"
아이가 대답을 않하구 머뭇거린다.
"학원을 잘 못 알아보았니? 그럼 아빠가 알아봐줄께"
남편이 말을 거든다.
"아니요 영어학원이 아니구요. 힙합댄스 학원이요"
아니 갑작기 웬 댄스학원? 머리가 아주 나쁘지 않은 엄마가 아니라면
금방 알아질 내용인데 그날 따라 난 띵한 머리가 됐다.
DDR을 잘한다더니만 결국 그 잘하는게 댄스하려는 마음을 만든건가?
"야! 너 뭐 하려구? " 남편이 목소리가 한옥타브 올라갔다.
하라는 영어 공부는 그리도 않다더니만 ....
"하구 싶어서요. 그냥 학원에 가서 처음부터 잘 배우고 싶어서요."
자기가 하고 있는 공부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을법한 걸 해서 뭘 하겠다는건지 난 가장 아이를 잘 이해하는 엄마인 것처럼 했는데도 마음
이 용납이 잘 않되었다.
워낙에 내성적인 아이라 자기 의견을 잘 내놓는 성격이 아니었기에 남편과 난 일단 우리 의견보다는 아이의 말을 듣기로 눈짓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럼 몇달해야 하는거니?"
"3개월만 해볼께요"
"그래 그럼 그렇게 하는데 그대신 영어공부도 하는거다"
아빠의 말씀이 일단 허락하는쪽으로 기우니까 아이의 표정이 밝아
졌다.
학원비를 줄때마다 이젠 그만 두려나 하는 기대를 갖고 있었지만
무려 지금까지 그만둔다는 말은커녕 오히려 더 전문성을 가지고
싶다고 우리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다녀오겠습니다"
큰 소리로 인사를 하고 나가는 아이의 목소리가 20년전 그아이를
임신했을 때 나의 마음을 생각하게 한다.
뱃속에 있는 아이가 여자이면 꼭 발레를 가르쳐서 현대무용하는
멋진 딸이 되게 하겠다는 태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