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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흔들러 동원되셨던 기억있나요?


BY shk0214 2002-08-09

1980년대 중반(전두환 정권 시절)에 중고등학교를 다니신 분들은 저와 비슷한 기억이 있으실 거예요. 그 때 저는 매달 두 차례 정도 태극기를 흔들러 양화대교로 나갔습니다.
왜냐구요?
그날은 국빈이 방문하는 날이라 태극기를 흔들어야만 했어요. 지금의 강서구, 영등포구, 동작구 일대 학교들은 거의 총동원됐지요.
저희들은 그 날을 무척 기다렸습니다. 이날 만큼을 수업이 없었거든요. 그런데다 버스타는 재미도 쏠쏠했구요. 버스비는 60원 정도 했던 것 같은데, 그 날은 양평동 방향으로 가는 버스타기가 하늘의 별따기였어요.
지금도 운행하는 128번 김포공항 방면 버스는 이날만 되면 초만원을 이뤘고,(당시 이 근방에는 지하철도 없었기 때문에 버스가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 워낙 사람이 많다보니 밀려타고 밀려내리다 차비를 안낸 적도 있답니다. 가끔 운이 좋은 날은 자가용 운전자분들이 같은 방향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저희들을 7-8명씩 태워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시기도 하셨죠. 물론 이날은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아도 무조건 통과였습니다.
아침 9시까지 목적지에 도착하면 담임 선생님이 한참 동안 출석 체크를 하셨어요.(당시 저희반은 68명이나 됐습니다) 그리곤 국빈이 지나가길 기다리면서 두 세시간 씩 그곳에 서 있었어요. 국빈이 탄 자가용이 저희들 근처로 오고 있다는 연락을 받게 되면 그때부터 정신없이 태극기를 흔들어댔지요. 우리의 모습이 TV에 비춰진다는 선생님 말씀에 무지 이쁜 표정도 지으려고 노력했구요.
차량이 지나가는 시간은 단 몇 초에 불과했지만 저흰 그 몇 초 동안 태극기를 흔들기 위해 꼬박 하루를 소비해야 했습니다. 당시의 정권 담당자들은 그들의 편의대로 매우 쉽게 우리 학생들을 이용했던 겁니다.(어디에서나 인원동원에는 학생이 제일 쉽겠죠!)
그러나 한편으론 즐거운 기억도 있답니다. 그 근처에 큰 제과회사(해태제과, 롯데제과)가 있었는데요. 저희가 국기 흔들러 나갈 때마다 제과회사 직원 분들이 신제품 연구중인 빵을 가지고 나와서 저희들에게 시식을 권했어요. 너도 나도 공짜 빵 얻어먹기 위해 서로 달려들었고, 인심좋으신 분들은 일인당 두 세 개씩도 주시긴 했지요. 그 때 그 빵맛은 무엇에도 비길 수 없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