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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사전 동의 없이 식기세척기를 구입하여 분노한 남편 사건을 보며 이 부부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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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71

남자는 불쌍해...


BY my꽃뜨락 2001-05-21



남편의 둘도 없는 죽마고우가 사업체 부도로 거덜이
났다. 한때는 하는 사업마다 승승장구로 장안의 부러
움을 독차지 할 정도로 잘 나가던 사람이었는데, 무
리한 확장이 불황의 늪을 견디지 못하고 나가 떨어진
것이었다.

좋은 집에, 외제차에, 마누라 차까지 있는 것이라곤
몽땅 압류를 당하곤 간신히 가제도구 몇가지와 옷가지
몇개 싸들고 거리로 나앉았다. 원래 우리나라 사람들
이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하지 않던가? 배
뚜드리고 잘 사는 그이를 보며 여러 사람들이 부러움
과 질투에 뒷전에서 입을 삐죽이곤 했었는데 하루 아
침에 끝간데 없이 추락을 했으니, 모두들 그것 보라고
언제까지 잘 살 줄 알았냐고, 교만이 망함을 부른 거
라고, 입달린 사람들은 죄다 한마디씩 던지고 지나갔
다.

그래도 어찌저찌 채권단과 협상을 해서 빚잔치를 하고
간신히 교도소행은 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직 공부
가 끝나지 않아 한참 돈이 들어갈 아이들 삼남매에, 능
력이라곤 약에 쓸래도 없는 마누라, 먹고 살 길이 막막
했다. 맨몸뚱이에 빚만 걸머진 사람에게 누가 돈을 빌
려 주겠는가?

방 두개 있는 월세방에 다섯 식구가 둥지를 틀었다. 잘
살 때는 그리도 사람들이 꼬이더니 세상인심이 그런 건
지, 그 사람이 인덕이 없었던지, 그도 아니면 그이 잘
살 때 남들한테 베품이 시원치 않았던지 주변 사람들의
발걸음이 뚝 끊어졌다. 재산을 잃은 것보다 더 큰 상실
감이 바로 사람을 잃은 것이었다.

밥먹고 산다고 해야 망한 그 친구보다 별로 나을 게 없
는 우리가 그이의 유일한 위로가 되었고, 그 집 부부의
하소연처가 되곤 했다. 비록 돈으로는 도움이 될 수 없
지만 마음이라도 나눌 수 있는 것이 그렇게 다행일 수
가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우리 남편 소개로 그이가 취직이 되었다.
동기 중에 건설업체를 알뜰히 운영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의 회사에 전무로 일하게 된것이다. 전에 상당히
큰 회사를 운영했던 가락이 있는 사람이라 전문 경영인
으로는 손색이 없었던 것이었다.

모두가 잘 됐다고, 이젠 먹고 사는 걱정은 덜었다고 축
하를 해주었다.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회장인 그 친
구도 흡족할 정도로 수백억 공사수주를 따오는 능력을
발휘한다니 소개한 우리 남편은 자기 일처럼 좋아하며
그 친구의 재기를 기뻐해 주었다.

그런데 설 뒤끝에 그 친구 마누라가 전화를 해왔다. 잘
살았냐는 내 안부전화에 뭐 그렇지...하며 말끝을 흐리
는게 어찌 심상치 않았다. 모처럼 얼굴을 보자는 그녀의
제의를 흔쾌히 수락하고 약속장소로 나갔다.

주변 친구들의 안부와 양쪽 집 안부를 두루두루 살피며
얘기를 나누다 나는 불쑥 그녀 남편의 근황을 물었다.
어때? 민경이 아빠 회사 일 재미 있으시대? 아주 활발
한 활동을 하신다고 들었는데...그 말에 처음에는 얼버
무리던 그녀가 기어이 눈물을 터뜨렸다.

친구 밑에서 일을 하는 처지라 더 열심히, 더 뼈빠지게
일을 하고 있는데, 회장인 친구가 신뢰를 안해주고 못
마땅해 한다는 것이다. 터줏대감인 다른 임직원들의 이
간질에 회장이 흔들려 신임전무를 밀어주기는커녕 사사
건건 트집을 잡는다니...참 갑갑스런 소식이었다.

술상무라 날이면 날마다 술에 절어 들어와 쓰러져서 몇
시간 자고는 새벽같이 뛰어 나가고, 망한 자기를 써주
는 친구가 고마워 보답을 하려고 자기 회사 경영할 때
보다 수십배 더 노력하고 영업실적 올리기에 안간힘을
쓰는데 이젠 너무 힘들다고, 내일 아침에 나가야 될지,
말지, 한숨을 쉬는 남편을 보자니 피눈물이 난단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처자식 먹여 살리자고 온갖 수
모와 치욕을 견디는 남자들의 처지가 남의 일 같지 않
은 게, 너무 가슴이 쓰려왔다. 이럴 때, 마누라가 능력
있어 남편 고생을 덜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기댈 언
덕이 있어 여유있고, 당당한 남자들의 행복을 바라보며
나도 어찌 하면 남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여자가 될
수 있을까 고민을 해본다.

하, 이제 건강도 웬만큼 ?았으니 슬슬 움직여 볼까나?
생활비의 절반이라도 내가 책임질 수 있다면 우리 남편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필텐데, 까짓거 맘먹고 나선다면
뭘 못할까? 대책없이 배짱만 늘어진 내가 우습다.

그래도 먹고 사는 일에 아직껏 턱없이 자신만만한 나란
여자! 꽤 보기 좋지 않은가? 이 정도 성격을 가진 여자,
마누라로 둔 우리 남편 그 정도면 처복이 짱짱한 편인
데, 무딘 그 남자 자기 복 알려나 몰라?

꽃뜨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