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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나(2)


BY 들꽃편지 2000-11-12

외갓집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만 사시는게 아니였습니다.
외삼촌과 외숙모 자식들 셋.
가난한 산골 살림에 우리둘이 끼어 살기엔 서로가 불편했습니다
외숙모는 심성이 참 고우신 분이셨습니다.
동생과 나에게 자기 자식들과 똑같이 밥 해 주고 빨래 해
주시면서도, 언제나 다정하게 웃어 주셨습니다.

그렇게 목 늘어지게 기다리던 어머니가 오셨습니다.
살 길은 못 마련해 오시고, 큰 결심만 가슴에 품고 말입니다.
막내 얘기는 남의 집 양자로,
큰동생은 그대로 외갓집에,
나는 동두천에 살고 계신 작은집으로...
그나마 곁에 살던 삼남매가 흩어질 운명이었습니다.
난 그때 처음으로 엄마가 미웠습니다.
' 엄마, 우리 네식구 같이 살면 안될까요?'
그때 중학생만 됐어도 이렇게 말했을겁니다.

다행이 막내동생은 큰이모가 자식처럼 키워 주시기로 하고,
나만 작은 집으로 낯선 여행을 했습니다.
여행?
여행이라 생각할겁니다. 그래야 내가 편안해지는 길이니까요.
눈까풀이 얇고, 입술이 가느다란 작은 어머니.
초2학년인 나에게 부엌일을 시키셨고,
많이 먹는다고,음식을 가린다고,
손가락이 길다고,강원도 사투리 쓴다고,
매일 이것저것 트집을 잡고 때리고 구박을 했습니다.
학교는 자주 지각을 했고,(외갓집에선 지각을 안했음)
한글도 못읽어 떠듬거렸고(외갓집에서 다닐땐 우등상을 받았음)
무섭고, 주눅이 들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가난하지만 외갓집산이 그립고,
나무가 보고 싶고, 우물물이 먹고 싶었습니다.
엄마가 일년에 한 두번씩 날 보러 오셨지만
난 작은 어머니한 대한 얘기도,
날 데려가 달라고 울어 본적도 없었습니다.
엄마가 힘들어 하실까봐?
글쎄요. 오기, 반항, 미움...? 모르겠습니다.

내가 성인이 되어
작은 어머니를 몇년만 뵈었더니,
작은 어머니는 내 두 손을 꼭 잡으시며 우시더군요.
곱게 컸구나 하시며....
오기,미움, 그런거 이제 없습니다.
우리 시절 어머니들의 삶.
모두들 고달프고 억울하고 한많은 세상이였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