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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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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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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BY shinjak 2002-07-04

비가 부슬부슬 오면 생각나는 제자 진단
부산 동평초등학교 5학년 여자 아이였다.
부모가 없이 칠순이 된 허리가 구부러진
할머니와 단둘이서 살았다.

일년 내내 밥풀이 묻은 길다란 검정치마에
얼굴에는 버짐이 가시지않은 하지만 얼굴에
허허로운 웃음이 떠나지않는 진단이는 수업도
4교시만 하고 집을 간다.

이웃집 아기를 업어주는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 집에서는 장사를 하기때문에 아기 볼 사람이
없으니 진단이가 업어주는 것이다.
그런 진단이가 고마워 쌀도 주고 반찬도 주워
겨우 끼니를 이어가는 것이다.

부모없는 상처 누가 돌보지않는 외톨이
4층 창틀에 매달려 죽겠다고 고함치며
매달려 있는 진단이는 우리반의 자유인
진단이는 주위가 산만한 여자 아이다.

1980년 7월,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전화가 왔다.받아보니 진단이의 전화였다.
선생님이 보고싶어 어떻게 하느냐는 전화다.
방학을 하고 하루도 지나지않았는데 보고싶다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의 속을 썩히던 진단이가 미안한 생각에서
그런 전화를 했을까?

방학 그 이튿날 전화가 왔다.
진단이가 죽었다는 전화가 병원에서 왔다.
아니 어제 선생님이 보고싶다는 진단이가 죽다니.

서면 무슨병원 영안실에 안치되어 있다.
이게 무슨 꿈같은 이야기인가 헐레벌떡
병원을 찾아갔다.

허리가 구부러진 조그만 할머니가 병원 입구에
쭈구리고 앉아 있다.무슨 영문인지도 모르고
울고 계신다.하늘도 슬픈 눈물을 흘리고 있다.

주사쇼크사라고 사망진단이 나왔다.
급체한 아이에거 젊은 인턴이 주사를 준 것이다.
사망진단서니 시체인계금이니 뭐니 하면서
돈을 요구한다.
복잡한 수속을 밟는데 하루가 걸린다.

지난밤 아기 보는집에서 제사를 지내고 주는
돼지고기 삶은 것 한 접시를 맛있게 먹고 자다가
곽란이 나서 119 에 실려 병원에 갔는데
그런 변을 당했다는 것이다.


진단이의 어린 시체를 장의사 차에 싣고
나홀로 화장터를 달리는 기분이 초라하고
생시인지 꿈인지 나조차 버림받은 기분.

앰브란스를 이용하자고 하니 벌금 50만원을
물게되니 어렵다는 이야기다.
커다란 장의차에 홀로 앉아서내다보는
창밖의 빗물과 흐르는 눈물 눈물...
하늘이 진단이의 죽음을 서러워함일까.

학교 바로 뒤가 화장터였는데 이런일로
찾아 올줄은 미쳐 몰랐다.

활활 타는 화로 불빛이 저승사자의 혓바닥처럼
무섭게 다가온다.

작은 진단이의 몸은 10분도 되지않아 타버리고
뼈 몇조각이 남았다.절구에 쿵더쿵 몇번 방아를
찌니 하얀 가루 한주먹이 남는다.

뒷산에 가루를 뿌리고 시린 마음으로 산을 내려온다.
한많은 12년 생명이 이눈치 저눈치 보며 살기 싫어
저세상의 객이 된 것이다.

지금쯤 하느님의 곁에서 재롱을 피우며 웃는 표정의
진단이는 자유를 구가하며 안식을 얻고 지내겠지.

비가오면 생각나는 아니 부슬부슬 오는 빗속에
씽긋 웃는 진단이가 다가온다.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
주님 불쌍한 진단이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