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하면 아득한 옛 일이다
내 나이 10대 후반 쯤 이었을까?
모윤숙의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라는 시를 접하고서
내가 남자였더라면 용감한 군인이되어 그처럼 젊은피를 흘리며 죽어갈 수 있을까?
그날 난 온 하루를 그 시를 외우며 보냈다
6.25를 이야기로만 들어오던 나로선 그 시를 읽는것으로 전쟁을 경험한것같은 전율을 느끼게했었으니....
며칠 전 연평도의 서해교전에서 죽어간 해군병사들의 넋을 어떻게 위로하고 보듬어야할지 어린 아들을 군에 보낸 나로선 형언키힘든 심정이 교차됐다
한쪽에선 월드컵을 향한 열광으로 온 나라가 펄펄 끓는 나날이었다
축구 국가대표팀의 인원이 23명이었다면
그들도 사상자를 모두합해 23명이었다
전사자4명 실종1명 부상자18명
그러나 각기 그들에게 돌아가는 영광은 너무나 달랐다
축구선수들에게는 '군제외, 라는 영광스런(?)포상이 주어졌다
그들. 해군 사상자들에겐 어떤 포상이 주어질것인가
나라와 겨레를위해 목숨을 초개같이버린 그들에게는 어떤 보너스가 주어져야 할것인가
4개의 손가락이 잘려나가도 피가 튀는 손으로 적을향해 총을 놓지않던 그들의손에 우린 이제 무엇을 쥐어줄것인가
난 지금 죄책감속에 시달린다
그날. 그들이 숨져간 그날만큼은
터키와 한국이 3.4위전을 벌이던 그날만큼은 거리의 응원단들이 어깨에 검은 띠를 두르고 나갔어야 마땅했다
아. 난 나혼자서라도 검은띠를 두르고 뛰쳐나갔어야했는데.....
젊은피. 붉은선혈들이여 영원하라
그대들은 누구보다 용감하고 용감했노라
오. 아들들이여
거리응원단보다 더 붉은 투혼이여
순교자보다 아름다운 넋이여!
(이따위 말 몇마디로 그들을 위로 할 수 있을것인가)
--- 산옆의 외따른 골짜기에 혼자 누워있는 국군을본다
푸른제복 ?빛에 반짝이는 어깨의표지
그대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소위였구나
가슴에선 아직도 더운피가 뿜어나온다
장미 냄새보다 더 짙은 피의 향기여
엎드려 그 젊은 죽음을 통곡하며 듣노라
그대가 주고간 마지막 말을.....
나는 죽었노라 스물다섯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의 아들로 숨지었노라
질식하는 구름과 원수가 밀려오는 조국의 산맥을 지키다가
드디어 드디어 숨지었노라
내손에는 범치못할 총대. 내머리엔 깨지지않을 철모가 씌어져
원수와 싸우기에 한번도 비겁하지 않았노라
그 보다도 내 피속엔 더강한 혼이 소리쳐 달리었노라
산과 골짜기 무덤과 가시숲을
이순신같이 나폴레옹같이 시이저같이
조국의 위험을 막기위해 밤낮으로
앞으로 앞으로 진격!진격!
원수를 밀어가며 싸웠노라
나는 더 가고 싶었노라 저 머나먼 하늘까지
밀어서 밀어서 폭풍우같이 뻗어가고 싶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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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국의 군복을 입은채 골짜기 풀숲에 유쾌히 쉬노라
이제 나는 잠시 피곤한 몸을 쉬이고 저하늘에 날으는 바람을 마시게 되었노라
나는 자랑스런 내어머니 조국을 위해 싸웠고 내 조국을 위해 또한 영광스레 숨지었노니
여기 내몸 누운곳 이름모를 골짜기에
밤이슬 내리는 풀숲에 아무도 모르게우는
나이팅게일의 영원한짝이 되었노라
바람이여!
저 이름모를 새들이여 그대들이 지나는
어느길 위에서나 고생하는 내나라의 동포를 만나거든
부디 일러다오 나를위해 울지말고
조국을위해 울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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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은 죽어서말한다 중에서
(서해바다를 떠도는 영혼을위해 붉은 티셔츠대신 검은 티셔츠를 잠시입읍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