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아내가 사전 동의 없이 식기세척기를 구입하여 분노한 남편 사건을 보며 이 부부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세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26

우렁 할매, 우렁할배!


BY 1song2 2001-05-09



오늘이 어버이날인데 퇴근하니
친정엄니가 아이 방에서 아이 옷을 챙기고 계시더라구요.
날이 날이니 만큼 얼마나 마음이 짠하던지요.
한편으론 반가우면서도 입은 이렇게 말했죠.

"오늘이 어버이날인데 오셨능교?"
"애 옷입을 끼 너무 읍따! 다 작아서..."
공연히 엉뚱한 소리 하는 엄니 좀 봐요.
딸 둔 죄인이라고,
직장다니는 딸이 힘들까봐
칠십 노모가 구부정한 허리를 이끌고 저희 집에 오신거예요.
그렇잖아도 모시고 저녁이라도 할까 했었는데, 잘됐지 뭐예요?
두분 모시고 모처럼 저희내외도 멋진 외식을 했답니다.

친정엄니께서
저희 애를 5년 동안 키워주셨는지라,
'힘드시니까 저희 집에 오시지 마세요' 해도 섭섭해하시고,
매일같이 오시면 또 너무 힘드시니까
소일거리 삼아 '심심하시면 일주일에 한두번씩 오세요' 했거든요?
며칠 안오셨다고 오늘 오신거예요.

제가 퇴근하기 전에 일을 마치고 가신 적도 한두번이 아니죠.
친정 아부지가 다녀가신 날은 거실의 티비 화면이 깨끗하구요,
쓰레기통에 쓰레기가 하나도 없지요.
엄니가 다녀가신 날은 현관을 여는 순간,
냄새부터 다르죠.
고소한 부추 부침개 냄새가 나거나,
시원한 부추 조개국 냄새가 나기도 하고,
빨래들이 얌전히 널려있고,
마른 빨래들이 차곡차곡 개어져 있지요.

저희집에 오시면 엄니 혼자 바쁘시죠.
벌써 말라서 개기를 기다리는 빨래개기.
세탁기에 들앉은 빨래들 일광욕시키기.
음식 쓰레기와 쓰레기들 쓰레기 봉투에 버리기.
약간의 장을 봐서 국이나 밑반찬 만들기...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면서 몸을 움직이고 계시답니다.
아무리 그냥 슬슬 놀기삼아 하시래도 안되네요.
눈에 일이 보이니까 슬슬 놀기삼아가 안되는가 봅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막내가 있어서
며느리에게 밥상받으실 나이가 지났건만
손수 끓여드시는 친정엄니!
항상 친정엄니만 생각하면 마음 한켠이 아려온답니다.
없는 살림에 6남매 키우고 공부시키느라 얼마나 힘드셨는지,
제가 결혼을 해서 애를 낳고, 키워보니
엄마의 심정을 조금은 알 것 같더라구요.
아들 하나 키우는 것도 힘들어서 헉헉 거리는데,
아들 넷에다 딸 둘을 키웠으니
그 어렵고 힘든 노릇을 어찌 말로 할 수 있을까요?

몸도 맘도 힘들 때 언제 그랬지요.
"어디 우렁이 각시 하나 없나?
식사 때 되면 식사 준비 싸악 해놓고,
빨랫거리 있으면 빨래 돌려서 널어주고 개주고,
집이 지저분하면 청소 좀 해주는 우렁각시!"
그랬더니,
세상에......
우렁 각시는 아니지만,
우렁할매, 우렁할배가 짜안~ 나타나셨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