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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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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되어지는 인생이란....


BY 박동현 2002-06-27


둘째 아이가 등교를하고 잠시 찾아오는 정적에 오늘은 눈물이난다.

갑자기 홀로된듯한 느낌이 몹시 가슴을 아리게 한다. 사는게 무엇인지

나는 매일을 다람쥐 챗바퀴돌듯 돌면서 상처받고 찢어진 가슴을 안고

늦은 귀가를 한다. 무거운 머리를 천천히 들고 가끔 별을 보기도 하지

만 대게는 내발끝에 눈길을 모으고 또박또박 구두소리에 귀모으며 걷

는 걸음에 한숨이 묻어난다.신은 아래로 내려가는 길을 내게 보여주??

는데 오르막은 아직 보여 주시지 않는다.마지막 가슴에 품은 자존심을

꺼내 보며 이를 깨물어 보지만 스르르 힘이 빠져나가는걸 느낀다.

금요일마다 찾아 가는 동네엔 아주 조그마하고 초라한 집이 큰길 귀퉁

이에 옹색하게 자리하고 있다.손바닥만한 마당을 일궈 상추도 심고

쪽파도 심어서 주인이 정성을 들이고 있는것을 알수가 있다.바깥에서

보기에도 집안의 구조가 얼마나 옹색한가를 짐작하게 해주는 그집은

방한칸에 부엌하나가 고작인집이다.집주인이 누군가는 벌써 여러번 앞

을 스치며 만난 할머닐꺼라고 짐작하고있다.작지만 스텐으로 만들어

끼운 작은 대문앞 시멘트 바닥에 대야 가득 마늘을 담고 까내고 있는

할머니는 허리가 굽어 대야속으로 들어갈것같다.트럭이 오면 할머니는

언제 까두었는지 그물망 가득한 하얀 깐마늘을 힘겹게 들고 나와 저울

에 올려 놓으신다.너무작고 너무말라 곧 먼지라도 되어 버릴것 같은

할머니.하지만 밝게 웃는 얼굴엔 가끔 희망이 보인다.텃밭에 키워내는

상추며 쪽파는 당신이 드실것은 아닐것이다.아무리 상추가 빨리자란다

고 해도 쪽파를 또심고 또 심는다해도 얼마를 벌수가 있을까.....

눈으로 가늠하면서 천원 이천원 세어 보다가 한숨이 다시 나왔다.

손주들 과자값에 저런 정성을 들이시는걸까..아니면 아직 출가시키지

못한 막내 아들이 있는것일까? 삶이란 그속에 빠져 있으면 숨이차고

힘겨운데 한발짝만 벗어나서 바라보면 소리없는 그림같다.냉정하게

그를 심판하려 든다.내인생이 아닌 할머니의 인생에 모진 질책을 하며

내인생을 비춰 보려는 것일까.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나는 이제 서

리 내리고 낙엽이 지는 내 인생의 노년에 어떻게 인생을 살아 갈것인

가 숨이 턱에 차게 달려 가지만 제대로 준비를 하고 겨울을 맞을 것인

가...두렵다. 적어도 나의 인생은 그렇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에

너무도 두렵다. 아침 햇살은 상쾌한데 우울한 나는 어디 구석쯤에 치

워둔 가디건이라도 찾아 입어야 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