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황금연못'을 다시 보았다.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본 것은 30대 초반이었던 것 같다.
그 때는 노 부부의 이야기가 별로 실감나지도 않았고, 오히려 딸과 아버지의 갈등하는 모습이 더 크게 받아들여 졌었다.
그런데 40대에 이 영화를 보니, 그 노 부부의 사는 모습이 참으로 가깝게 느껴 진다.
무뚝뚝하고 애정 표현에 서툰 남자, 노먼.
그런 남편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재치있는 여자,엘렌.
참으로 잘 어울리는 부부였다.
숲에서 길을 잃고 헤메다, 숨가쁘게 집으로 달려 온 노먼이 아내에게 하는 말.
"당신의 얼굴을 보면 안심이 될 것 같아서..."
그렇다.
부부란 서로를 쳐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푸근하고 안심이 되는 그런 사이다.
세상 누구보다도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힘이 되는 사람이 아내이고 남편이다.
남편이 무거운 물건을 들고 가다가 심장 발작으로 쓰러졌을 때, 엘렌은 하나님에게 절박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하나님, 제발 좀 천천히 데려 가세요." 라고.
하나님도 감격하셨는지 노먼은 장난기 어린 웃음을 지으며 깨어난다.
그리고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있음에 감사한다.
아내가 왜 그렇게 무리를 해서 무거운 것을 들었느냐고 묻는다.
노먼이 하는 말,
"당신에게 멋있게 보일려고..."
80세가 되어도 남편은 아내에게 멋있게 보이고 싶어 한다.
70을 앞 둔 아내도 남편에게 아름다운 여인이 되고 싶어 한다.
늘 서로에게 멋있는 사람이고 싶고, 아름다운 사람이고 싶어 하는 것이 부부일 것이다.
낚시를 나가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찾아 어두운 호수를 헤매다가, 바위에 엎드려 있는 남편을 보고 덥석 물속에 뛰어드는 모습은 부부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자신보다 상대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어려운 상황에선 늘 자신보다 상대를 더 먼저 생각하는 것이 부부이리라.
딸아이가 아버지에게 '망나니'라고 말하자, 엘렌은 그 망나니가 내 남편이라며 딸애를 야단친다.
나 역시 아이들보다 남편이 더 가깝고 좋다.
노 부부가 '황금 연못'을 바라보며 서로를 향해 웃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고 넉넉해 보였다.
나도 남편과 함께 아름답게 늙어가고 싶다.
친구처럼 연인처럼 그렇게 같이 늙어가고 싶다.
우리는 동갑이니 더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같이 음악을 들으며 차도 마시고, 함께 했던 지난 날의 추억도 이야기 하고 가끔은 우스개 소리도 하면서 큰 소리로 웃기도 해야지...
사랑하는 당신과 함께 편안하고 넉넉한 노후를 보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