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여자보다 아름답다?
나는 아직까지도 커피~ 하면 생각나는 게 바로 이 말이다.
안성기가 잔잔한 목소리로 말하던 이 말.
그렇다면...... 정말 아내는 여자보다 아름다울까?
어느 날 한 여자가 '여자'에서 '아내'로 자리를 옮겨 앉으면, 갑자기 세상이 달라진다.
한편 아내가 된 그녀의 아름다움은 성숙한 여자로서 더욱 빛난다.
여자에게 있어서 '결혼'이라는 것은, 그 여자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전과 후로 나뉘게 만드는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되지 않을까.
자랄 때 부유하고 좋은 집안의 여자라고 해서, 결혼 후에까지 그것이 연장된다는 법이 없다.
또한 자랄 때 보잘것 없는 집안의 여자였다고 해서, 그 여자가 죽는 날까지 그렇게 살란 법도 없다.
모든 이 세상의 여자는 자신을 낳아 준 부모가 어떠하든, 일정한 나이가 되면 부모 곁을 떠나서 전혀 낯선 남자와 살아야하는 운명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런 여자에 비해 남자는 결혼을 했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지는 것이 무엇 있겠는가.
굳이 말을 하자면 --달라진다고 말할 수는 없는 문제지만-- 남자의 입장으로 볼 때는, 결혼이 종족 보존을 할 수 있는 합법적인 계기가 됨으로 해서, 자신의 대를 이어갈 수 있기에 오히려 집안이 번창해지는 좋은 점이 있지 않는가.
여자 자신은 정작 자신의 친족을 두고 떠나와서, 전혀 연고 없었던 낯선 남자 --사랑이 뭔지, 사랑 하나로 맺어진, 하지만 등 돌리면 다시 영원히 남일 수 밖에 없는 남자.-- 의 혈연을 이어주어야 한다는 것이 어쩌면 모순된 일 같지만 말이다.
앞으로 남자가 여자처럼 아이를 낳을 수 있어서 스스로 종족 보존을 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그것이 불가능할 이야기고 보면 순전히 여자의 운명이라고 돌릴 수 밖에.
그렇다면 그런 운명은 과연 누구에게 짐 지워진 일인가.
바로 '아내'된 여자의 몫이다.
'여자'가 누군가의 아내가 되지 않은 이상, 구태여 남의 남자의 대를 이어 줄 필요도 없을 것이고, 남의 남자의 속옷을 빨고, 밥을 해야 하는 일 또한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어쩌면 아내라는 것은 여자와는 전혀 별개의 존재일 수 있다.
그리고 확실한 것은 현재 누군가의 아내로 살고 있는 여자
들도, 과거 그들이 결혼하기 전에는 모두가 순수한 '여자'였다는 사실이다.
남자들이 좋아하는 '여자'라는 존재였기에,그 중의 하나
남편된 남자의 프로포즈를 받았었을 것 아닌가.
그러나 그렇게 어느 날 여자가 '여자'에서 '아내'로 자리를 옮겨 앉으면, 갑자기 세상이 달라지는 것이 또한 여자의 인생이다.
아가씨와 아줌마의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의 차이다.
외형상 아가씨와 다름 없는 아줌마 --흔히 미씨족이라고 불린다.-- 도 아내인 이상, 모든 아내가 해야 하는 일에서 예외가 있을 수는 없다.
젊은 아내건, 늙은 아내건, 그 여자가 한 남자의 아내인 이상 아내된 도리로 살아가는 법이야 별반 다를 바 없는 것 아니겠는가.
흰 머리 소녀(할머니) 가 될 때까지, 남편이랑 사는 이상 그 여자는 아내임에 분명하다!
그렇다면 여자=아가씨, 아내=아줌마의 이미지라는 이야기
가 나올 수 있다.
맞는 이야기다.
남자들은 영원히 철이 안 나는 어린애들이라고 많은 아줌마들이 농담삼아 이야기한다.
아마도 그것은 자신의 남편과 살아가면서 저절로 느끼는 체험담(?) 비슷한 이야기가 아닐까.
밖에 나가서 아무리 명예를 높이고, 남들에게 중후하고 근사한 사람으로 보인다해도, 그들이 각자의 가정으로 돌아가서 자신의 아내에게까지 그렇게 보이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남자일수록 더욱 자신의 아내에게는 칭얼(뭘?)거릴 지도 모르고, 아내에게 수시로(왜?) 어리광을 부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그런 남편에 비해 나이가 아무리 어린 여자라 해도 그 여자가 일단 아내가 되면, 철없는(?) 남편의 투정 따위를 아주 능숙하게 받아넘길 줄 알게 되는 데, 이것은 거의 여자의 본능이라고나 할까.
남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여자들 보다 훨씬 결혼에 적극적이다.
거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어서 그들이 결혼을 꼭 하려고 하는 데, 요즘들어 결혼을 하는 남자들의 취향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이 또한 사실이다.
예전에 비해서 부쩍 많은 수의 남자들이 편안하고 친구같은 아내를 원한다고 한다.
'애인 같은 아내', '친구같은 아내' 등등. 아이 낳고, 살림이나 잘 해주면 좋은 아내라고 생각하던 남자들이 어느 새 부턴가 아내에게서 '여자'를 찾고 나선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충분히 이해는 간다.
그들이 죽자살자 따라다녔던 것은 아줌마로서가 아니라 아가씨로서의 매력 때문이었을테니까.
하여튼 그래서 여자들이 더 힘들게 생겼다.
이젠 결혼해서조차 맘대로 퍼질(?) 자유도 사라지게 생겼으니 말이다.
광고는 현시대의 감각을 가장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하는 데, 아마도 그 선전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을 역으로 뒤집어서 카피로 내 보낸것 같다.
그러니까 그 선전을 거꾸로 읽는 것이 정석 아닐까 ?
그러므로 '여자는 아내보다 아름답다.' 로 생각해야 한다.
아내가 여자로서 매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남편과 함께 --그 선전에서 보니까 남편이 커피를 끓여 주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커피를 마셔야 한다는 은근한 협박(?)을 감춘 채, 그 선전은 많은 수의 아내들을 충동질할 것이다.
하여튼 요즘은 남편에게 아내로서, 여자로서 계속 아름답기 위해서 오늘도 많은 아내들이 노심초사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길 거리에 쏟아져 나오듯 하는 미씨의 행렬이 바로 그런 반증일지도 모르겠다.
에구. 정말 여자 노릇하기 너무 힘들다.
할머니나 되어야 이런 거에 해방되는 것은 아닌지.....
그야말로 언제쯤일까!
칵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