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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자 ★
이런 여자라면
딱 한번만 살았으면 좋겠다
잘하는 일 하나 없는
계산도 할줄 모르는 여자
허나,
세상을 보고
세상에 보태는 마음은
누구보다 넉넉한 여자
어디선가 숨어 내 시집 속의
책갈피를 모조리 베끼고
찔레꽃 천지인 봄 숲과
미치도록 단풍 드는
가을과
내 시를 좋아한다고
내가 모르는 세상 밖에서
떠들고 다니는 여자
그러면서도 부끄러워
자기 시집 하나
보내지 못한 여자
어느날 이 세상
큰 슬픔이 찾아와
내가 필요하다면
대책없이 떠날 여자,
여자라고 말하며
여자란 작품 속에만
숨어 있는 여자
이르쿠츠크와 타슈켄츠를 그리워하는
정말,
그 거리 모퉁이를 걸어가며
햄버거를 씹는
전신주에 걸린 봄 구름을
멍?히 쳐다보고 서 있는
이런 여자라면
딱 한번만 살았으면 좋겠다.
팔십 리 해안 절벽 변산 진달래가
산 벼랑마다 드러눕는
봄날 오후에.....
- 송수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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