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개울을 지나 냇물로 가야겠다.
남한강줄기의 청미천이란 냇물이야기를...
초등학교 교가 두번째소절이 "청미시내 맑은물 흐르는 기슭"
이였다. 이름도 예뻤던 청미천...
청미천은 충주에서 흘러드는 냇물이다.
아마도 제천,영월을 통과해서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청미천의 맑음이란...
내 유년엔 그곳에 다리가 없었다.
나룻배로 건너야 했으니...
읍내를 나가려면 나룻배로 청미천을 건너 신작로에서
몇시간에 한대씩 오는 버스를 타야 나갈 수 있었다.
명절이 되면 우리는 모두 청미천 나루터에 나간다.
도시로 나간 오빠,언니,삼촌을 기다리러...
백사로 불리던 모래사장에서 날이 저물도록 동무들과
두꺼비집도 짓고, 모래성도 쌓았었다.
함께나온 동무들의 언니,오빠가 도착했을때의 그 부러움이란...
이맘때의 봄이되면 우린 바구니와 호미를 들고 청미천으로
나온다, 냉이며 씀바귀를 깨기위해서...
석양이 내리는 저녁이 되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각자의 바구니를 챙겨 집으로 돌아온다.
동내개울에서 나무새를 말끔하게 씻어 그 저녁 맛난
봄나물의 향기를 우리는 만난다.
여름이면 청미천으로 멱을 감으러간다.
한대어울려 놀다보면 우리는 어느새 하나가 되어있다.
아! 그때 그곳엔 쏘가리, 빠가사리가 많았는데...
갈대가 자라고 있는 냇물 가장자리에...
풀섭을 손으로 더듬어 쏘가리를 잡고, 빠가사리를 잡고,
메기를 잡아 갈대에 끼워들고 오던 논두렁은...
구불구불 길게만 느껴졌던 그길이 지금은 없다.
농지정리로 바둑판처럼 되어진 그 길이 어쩐지 낯설기만하다.
가을이면 청미천을 끼고있는 모래밭으로 우린 나간다.
땅콩추수가 끝이나면 그곳으로 땅콩이삭을 주으러...
모래밭을 호미로 살살 긁어내면 모양새도 예쁜 땅콩들이
머리를 내밀고...햇살 가득한 웃음으로 우린 바구니가득
땅콩이삭을 건저오던 그 풍요롭던 청미천...
겨울이면 청미천은 얼음으로 가득하다.
우린 그때는 썰매를 만들어 겨우내 어름을 지친다.
봄이되어도 녹지 않던 그곳의 맑았던 냇물이 지금은...
어느날 나룻배가 없어지고, 나무기둥을 세운 철다리가 생겼다.
구멍이 숭숭뚫린 그철다리는 날 고소공포증 환자로 만들었다.
어머니는 밑을 보지말고 건너라 하시지만 난 그럴 수가없었다.
보지 않으려 해도 눈은 자꾸만 다리밑을 향한다.
작은 내발이 그 구멍으로 빠진다는 생각때문에 한걸음도
옮길 수가 없었던 그 철다리는 내겐 가장 무서운것이였다.
지금은 충주댐을 막아 그곳에 물이 말라가고있다.
백사로 유명한 모래사장은 체취작업으로 강의 흐름을
바꾸어놓았고, 그 많던 물고기들은 고향을 떠났다.
청미천 강가에 돈사와 우사를 지어 오물이 흐르고...
내 유년의 아름답던 청미천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유년의 아름답던 꿈도 이제는 사라진지 오래되었다.
아!
그 착하던 냇물을 어디가야 만날 수 있을까?
개울도, 냇물도 이젠 모두 우리곁을 떠났다.
아니 우리가 보낸 것이다.
우리 인간들의 우매함과 욕심으로 맑디맑았던
개울도 냇물도 모두 떠났다...
내마음에 그 착하디 착한 냇물하나 흘렀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