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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드는 신랑은 종이 호랑이 --밴댕이 이편


BY 아리 2002-05-17



이 밴댕이 신랑도 자기가 내키면 외식을 제의 하는 경우가 있긴 있다

이른바 마누라가 하기에는 실력도 못 미치고

번거로운 중화요리나 아구찜 곱창전골 뭐 이런 종류 ,,,

얼마 전에도 조카 생일에 조카가 놀러와서

워커힐 앞에 뭐 유명하다는 중국 요리 집에 가서

요리를 먹으면서

조카가

"저는 중국 요리 중에서는 해물요리 이런 거 잘 안먹어 보았는데 ..

(우리 형부는 육류요리를 즐기시는 분)

하고 중얼거린다

반대루 우리 아이들은 대외적으로 초대 받은 일이 아니면

소갈비나 ..뭐 고기를 구워 먹는 외식을 해 본적이 없다 ..

그런 건 집에서 구워 먹으면서 밖에서 먹으면 이건 얼마다

하고 외치고는 자기 만족에 득의 만만

아이들은 탕수욕을 좋아해도

아빠가 좋아하는 양장피나 ..유산슬 혹은 해물잡탕

.전가복 같은 요리를 먹어야 한다

아이들하고 중국 요리집에 가서 탕수욕을 시켜

본 적은 한번도 없다

아이들이 ..피자나 스파게티 함박스텍을 좋아해도

배에 가스만 차고 먹은 것 같지 않다는 이유로

양식집엘 가는 건 당연히 노우다 ...

더구나 카레라이스나 뭐 이런 음식은 아빠가 늦게 온다고

이미 결정되어진 그날을 잡아서 우리끼리 먹어야 한다

안 그럼 ..내가 식당 주인처럼 ..

한정식과 카레 두가지를 한꺼번에 준비 하던가


내 차를 타더라도

차에 음악을 켜거나 ..노래를 부르는 걸 즐겨 하지 않아서

"에구 시끄럽다 ..이 개우는 소리는 좀 끄자 "

하는 ..자기 위주의 문화를 내세우며 아내에게

은근히 자기식 문화를 요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랑 친구가 내차를 타서

나에게 익히 들어 알고 있고 그걸 골려줄 (?) 심산으로

"음악이 없다 ..음악 좀 틀어봐 .."

하면 군말없이 잽싸게 음악을 틀어 놓는다

이것 저것 상대방의 취향을 살피며

세상에 이런 배신 ..친구와 아내는 이렇게 대접이 다르다

흥 !!!

고소하다 ..아자!!

이 기회를 계기루

반항을 하여 지금은 내차에서 음악을 켜는 건 크게만 아니면

언제든 오케이.

진작 그랬어야지 .쩝 ^^;;


큰아이는 초등 학교 2학년때 새총을 만든다고

나무 젓가락을 칼루 자르다가

잘못하여 집게 손가락을 베여 .

살점이 덜렁 덜렁 거리는데도--몇바늘 꿰매는 수준-

혼자서 병원에 가라고 소리 지르며 독립심을 요구하면서..

막상

성인이고 아빠가 된 자기 자신은

병원은 물론 자기가 귀가하는 시점에 어디서든

자기를 마중하고 기다리길 기대하기 일쑤이다

심지어 이른 새벽 2시쯤 자기가 지금 귀가 하고 있으니

아파트 앞으로 나와 있으라고 해서 우리 신랑을 기다리는데

윗층에 사시는 아저씨를 만났다

남의 아내에게 왜 이 시간에 여기 나와 있느냐고 물을 수 도 없고

의아한 눈으로 나를 쳐다 보는데

나도 입이 근지러워서 참을 수가 없다

우리 신랑이 마중 나와 있으라고 해서

나와 있는 거라고 말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을 봉하고 서 있는 내가 측은한지

자꾸 흘금 흘금 나를 보시다가 이내 들어 가신다

(그 아저씨는 아마 내가 부부싸움이라도 하고 나온 아녀자루 보고 있는 듯 ..)

이래 저래 본인은 막내 티를 졸졸 내면서

요기서 조기를 가더라도 아내를 끌고 어디든 나선다

하다 못해 어제 저녁만 하더라도

자기는 우산 가지고 가기 싫으니까

골프 연습장까지 ..나보고 우산 씌워서 데려달라고

은근한 부탁을 한다 ..

나 --맘이 약해서 나 자신도 모르게 그 짓을 하는 바보

한번은 피부과엘 다니는데

며칠을 계속

저녁 퇴근 무렵 ..그 피부과에 도착하자 마자

집에 전화 해서 ..자기 데리러 오란다 ..

간호사 언니도 킥 킥 대고 웃으면서

'참으로 특이 하신 분이셔요' 하는 수준이니까

<그래 아가 내가 데리러 갈게 ..이 엄마가 ..ㅎㅎㅎㅎ>

같이 같이를 외치면서

아내는 방치하기 일수이다

워낙에 마당발이고 이사람도 좋구 저사람도 좋아서

분기별 스토커가 있다고 나는 우스개 소리를 한다

사람들이 더러는 누구하고 사귀느냐 ..

화곡동에 살때는

신랑친구가 우리집에 차를 대고 시도 때도 없이

우리 현관문을 열고 들어 오는 바람에

내가 내의만 입고 빨래를 너는 장면을 들킨 적이 있을 정도 이다 ..

우리 신랑 친구 부인중에 하나는

"아고마 ..내 집 내준다 ..그 @이 아빠 데려다 같이 살아라 살아 .."

하는 정도이니 ..

그 친구가 다른 지방으로 전근하는데 이별이 산처럼 아쉽고

남자들이 눈물까지 흘리는데 ..보아주기 가관이다

또 다른 스토커가 ..집 앞을 배회 하며

이미 집으로 도착한 연후에도 ..신랑을 빼내가는데 정신이 없다

듣기로는 아마 고등학교 사춘기 여학생이

한참 친구 좋아하던 시절에 화장실 까지 손잡고 가는 그 모습을

회사에서도 재현하는 듯한 느낌이 온다

실재루 그러하기도 하고 ..

좌우간 해독이 불가능 ..


며칠전 모임에서 한미모 하는 신랑친구 부인이

이런 말을 한다

"내가 @이 엄마 한테 이 말 안 했지

나 있잖어 ..나이는 비록 40대 이지만 ..

30대 남자가 나 은평구에서 부터 따라온 사람이야

나 처럼 40대 이면서 ..30대 처럼 보이는 사람 있음

나와 보라구 해 ..

명함 까지 주고 갔어 .

알고 보니 그 남자 미술학원 하고 나보다 나이 어린 사람이더라 .."

술이 취해서 비틀 거리는 신랑이 미워서 ..하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 신랑 ..가만히 있지 않는다 ..

"그런 자식 있으면 나한테 명함 가지고 와여

찾아서 실컷 두들겨 주어야 해 .."

"그거봐 @@엄마 나 누가 따라 오지도 않았지만

나 그런 자랑두 못해 ..내 애인 맞아 죽으면 어떻게 해 ㅎㅎㅎ

자기는 아저씨가 착하니까 그런 자랑 맘대루 하지 ...."


그래

"지금 그 자리에 그대로 계십시오 십분안에 도착하겠습니다 .."

요 말 한마디에 감동먹어서 시집을 온 나는 기를 못펴고 (???)

지금은 3시간 아니 8시간 걸려서 집으로 귀가를 해도

이럭 저럭 무사히 귀가하여

고요히 잠들게 하여 주소서 하는 수준이니

...

화가 나서 다른 방으로 가거나 ..

술 냄새가 싫어서

거실이나 아이들 방으로 도망두 못 간다 ..

술이 깰 때까지 이방 저방 문을 열고 꽥꽥 거리고 찾아 다니니

아랫집 윗집에 민폐 끼칠 우려에 포기하고 손을 들 밖에

오죽하면 내가 식탁밑이나 아이들 침대 밑에 숨어 보았건만 ...

그 취한 목소리루

"하 하 하 찾았다 "

하면서 손뼉치는 모습을 보면 막내아들 아니구 누구인가 ...

하긴 우리 친정어머니의 일찍부터 시켰던 빛나는 성교육

우리 중에 누구라도 아버지 옆에서 알찌렁 거리면서

들러 붙어 있으면 (??)

"얘 니들 다 비켜라 ..나는 니 아버지 옆이 아니면

잠이 안오는 사람이야 ..."

하고 냅다 소리를 지르시곤 하셨으니

결혼한 연후에 금슬 좋은 부부로 살라는 교육은

제대로 받았다고 말해도 되는 건가 ???

미워도 내 신랑 좋아도 내 신랑이다


자기도 찔리는 게 한두가지가 아닌지

언젠가 집안 내

장례식에서 조카들과 술 한잔씩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자꾸 돌아다니는 신랑이 신경 쓰일길래

몇번 흘금 흘끔 쳐다 보았더니 ..

나중에 집에 와서

"너 아까 내흉 봤지?" 하면서 뜬금 없는 소리루 나를 몰아 부친다

옆에 있던 시댁 조카는 웃어대고

나는 졸지에 난데 없이 ..

신랑을 흉본 ..아내가 되어서 아무리 변명을 해도 먹히지 않는다

자기를 흘끔 흘끔 보면서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영락이 없다는 것이다 ...


내 참 ..찔리긴 엄청 찔리시나...


모임에서도 말했지만

첨에는 눈에 콩까지가 씌여서

노모를 모시는 것도

가난한 것도 보이지 않고 눈멀고 귀멀어 살다가 ..

그 중간 ..집에 돌아 오는데 8시간씩 걸리는 신랑

--6시 퇴근이면 새벽두시 귀가-

미워하고 발루 차다가 (?)

포기 하고 광명찾자는 쪽으로 맘을 돌리고

이제 늙어가는 신랑을 들여다보면 측은지심이 한없이 일어난다

특별히 벌어 놓은 돈두 없구

남처럼 호사를 시켜줄 힘은 더욱 더 없구

아무리 고위 공직자라지만 ..

기본적인 돈이 없으니 평생 궁상과 가난을 머리에 이고


일요일엔 온종일 부엌에 서 있는 아내가 안스러워서

설겆이도 자처하고

창고도 정리 해주고

가끔 폐품도 버려주고

이래 저래 눈치 보며

"그럼 뭐 사 먹을까 ?"

하며 외식을 제의 하기도 한다 ..

아이들은 다 커서 저녁두 같이 못먹구

나이든 영감하고 나 하고 단둘이 신혼처럼 식사를 한다

"진수 성찬이네 .

하긴 ..내가 뭐 거친 밥에 나물 준다한들 뭐라 하겠어?"

다 차려진 저녁상을 보고는

꼬랑지가 빠진 듯한 말두 가끔 내어 놓는다

"어머머 내가 언제 그런 적이나 있기나 한가? "

"말이 그렇다는 거지 ."

서럽게 늙어 가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에 내가 신랑에게 그랬다

"그래 ..그 분이 당신을 좋아하는 이유중에는

당신이 그 분보다 골프도 잘 못치고 ..

돈두 더 없구 잘난 척도 덜하고 ..

굳이 나도 날 내세울 그 무엇이 없기 때문일지도 몰라 .."

"그럴지도 ..."

잘난 것도 잘난 체 할 것도 없이

쓸쓸히 늙어가는 우리 밴댕이 막내아들 (후 후 ??)

보듬어 주고 격려하고 올려줄 사람

나 말구 또 누가 있겠는가 ...

그동안 ..잘 참고 살아 왔듯이...

그래도 요즘은 ..가난을 자랑하고 싶지는 않은 가보다

직급이 오르면서 거의 모든 아내들도

골프 라는 운동을 하는데

나만(?)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분들은 얼른 아내도 골프를 시키라고 권유를 하시면

내가 나서서 경제적 이유가 가장 커서 못한다고

손을 내저으면

넌지시 ..내 체력이 안받쳐주기 때문에 ..

못 시키고 있다고 핑계를 내어 놓는다




가난도 자랑이라고

나는 평생

상자안에 들어 있는 내의를 사 본적이 없다

(길거리에서 싸게 판다고 내어 놓은 --검정 봉지에 싸줌--

커피는 ..맥스웰 커피 잔에 마신다 ..--커피 사면 공짜루 주는 잔-

내 옷의 70%는 언니나 친구가 물려 준 옷이다

거의 모든 가구가 ..고물 수준이다

화장품도 종류별루 다 없는 것 같다 ..

(화장은 정식으로 하는 적이 거의 없어서

무엇이 없는지 ..있는지 구별을 못한다 )

-그리하여 공부를 못하는 것과 똑같이 화장을 못한다

우리 큰애는 한 술 더떠서

의복은 추위와 더위를 피해주고

부끄러운 곳을 카버 하는 데 부족함이 없으면 된다하는 수준이니

(하긴 전에 우리 외사촌은 ..외숙모가 옷을 한벌 더 사오면

엄마 그럼 무얼 입어야 하나 고민 해야 되잖아여

하는 수준이었으니 그에 비하면 양반이고 )

작은 애는 황학동 벼룩 시장을 두시간 돌고도

500원 짜리 고물 옷도 못 사온다 ..ㅋㅋㅋ

빈티와 궁상이 ..내 삶의 본질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난 척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난하다

사실은 내가 정상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종이 호랑이로 변하고

이사갈 때 버리고 갈까봐

이사짐 차에 제일 먼저 오른다는

그런 영감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



*사족

저랑 친한 아줌마가 늘 영감 탱이 영감탱이 하니까

ㅡ그 댁 신랑이 ..

"이구 내가 너보고 할망구 할망구 하면 좋겠니"

하더라는데 ..

우리 신랑두 긍정하면서

계속 폐하를 주장하는데요 ^^*

하긴 할망구 보다는

황후나 왕비 혹은 공주가 낫겟는데여

(실례 물론 하는 일은 주로 무수리 지만 ..)



*편리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뜨겁게 사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 하지 않을까여?

다들 측은지심으로

사랑으로 안아 주시기 바라면서 ~~~

님들의 폐하를 ...


이 누옥의 빛나는 가장으로 ...

깨끗이 모실 것을 약속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