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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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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살아 경험하고 아들에게 가르치기.


BY 雪里 2002-05-01


하루에 한번도 채 울릴일이 없는 휴대 전화기가
바지 앞주머니에서 웅~ 하고 떨고 있다.

이시간에 나를 찾는 건 뻔하다.
지난주말에 다녀간 아들이 밝게 전화기 속에서 웃고 있다.

"저예요, 어디세요?"
"모임, 왜?"

월급을 받았다고 했다.

지난달 아들은 월급을 못 받았다고,
붓고있는 적금을 보내기는 커녕 아주 기본적인 생활비라며
내게 얼마의 돈을 부쳐 달라고 했었다.

며칠 늦겠지 싶었는지 가끔씩 걸려오는 전화에서
아직도 월급을 못 받았다며
처음 해 보는 사회 생활의 어려움들이
이해가 되지 않아 가끔씩 짜증까지 섞인채로
이럴땐 어떻게 해야 하는거냐며
내게 회사의 불만을 내보이곤 했었다.

배워 온대로 살아 지는건 아니지.
그것도 네게 삶을 배우도록 해주는 기회가 되는거야.

마음에 있는 말을 놔둔채로 나는 늘,
"더 기다려봐!"라는 말로 전화를 끊곤 했다.

지난 주말,
두달만에 내려온 아들은,
밤 늦은 시간까지 남편과 거실에서 대화를 나누었다.

덜 닫힌 방문사이로 가끔씩 들려오는
부자의 얘기소릴 누운채 귀에 담으며
뿌듯한 마음으로 혼자서 가슴을 가득 채우곤
벅찬 가슴이 되어 놓쳐버린 잠을 청하는라
한참을 뒤척여야 했다.

어느새 성인이 되어
마주 앉아 대화를 할 수 있을 만큼이 되어 있는 아들은
그모습을 지켜 보는 그자체 만으로 내게 행복이었다.

두달째의 월급까지 못 받으면 어떻게 처신 해야 옳을지.
아들은 그걸 큰 문제로 만들어 진지하게 묻고 있었다.

회사 직원들의 술집 드나들기.
몇십만원이아닌 더 높은 단위의 돈을 술값으로
지불하는걸 보면서 사회 초년병인 아들은,
직원 한사람의 한달치 월급을 한번의 술값으로 쓰는 사장님을,
정말 이해를 할 수 없다고 했다.

꼭 필요한 접대였을 거라고,
사회는 꼭 네가 아는 배운대로만 살아지는게 아니고
가끔은 선을 넘는것 같은 일도 필요할 수 있다고,
두달까지는 기다려 본 다음에 처신을 결정하는 것도
사회 생활을 하는데 필요하다고,
남편은 그렇게 아들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밀린 월급에다 돈을 보태어 회사를 인수했었던
오래전 그이의 과거 얘기까지도.

주5일 근무를 하는 아들은,
금요일 오후에 내려 와서는 토요일 오후,
상쾌한 기분이 되어 가게있는 내게
올라 가겠다는 전화를 해 주고 갔다.

그리곤 어제 퇴근하자마자
내게 먼저 알리면서 즐거워 하고 있는 거였다.
두달치 다 받아서 기쁘다고 했다.

돈을 먼저 배우게 될까봐 조심스레 건네준
그이의 충고가 아들에게 큰 도움이 된것 같아서
밥을 먹으면서 수저끝에 매달린 미소까지 핥고 있다.

"들어가세요"하며
끊으려는 아들의 전화에다
"잠깐만"을 덧 붙이니 아들 웃으며,
"내일 온라인 번호 알려 주세요!" 한다.

날 닮아 눈치 하나는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