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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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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BY 쟈스민 2002-04-04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어제 나는 이제 10살 난 아이에게서 황당함을 감출길이 없었다.

새학년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학교로 옮긴 학교에서는 체육복을 지정해서 알려주지 않았는지
요즘엔 체육시간에 아직 사복을 입고 등교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는 친구들의 각양각색의 다른 체육복을 유심히 보아두었는지
나에게 이런 저런 스타일의 체육복을 사달라고 의사 표시를 했다.

나는 그저 좀 있으면 학교에서 단체로 지정된 체육복을 사면 그만이라며
아이의 말을 무심코 흘려 들었다.

그러면서도 내심 마음에는 걸려서 아이에게 사줄만한 체육복을 파는곳으로
나도 모르게 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알아본 결과 체육복의 가격이 만만치가 않았다.
그 돈이면 차라리 예쁜 봄옷 한벌을 사는게 더 경제적일것 같았다.

어쩌다 한번 체육시간에 입고...
이제 지정 체육복이 나오면 몇번 입지도 않아서 작아질테고 ...
뭐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그 가격으로 차라리 다른 옷을 사 주던지 하는 마음으로 그냥 돌아왔다.
아이에겐 물론 가격을 알아본 걸 비밀로 해 두고서는 ...

몇날며칠 자신이 원하는 걸로 사달라고 조르던 아이는
요즘 한동안 잠잠하더니 어제는 다시 또 시작이다.

그래서 나는 갖고 싶은 걸 다 가지면
이다음에 참을 줄 모르는 사람이 되어서 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며...
아이가 이해하기엔 좀 어려울지도 몰랐으나 아뭏튼 그렇게 말했다.

"엄마... 우리는 형편이 안 좋아? 왜 친구네랑 같은 평수에 사는데
그 친구 엄마는 사주시는데 우리는 안 되는 거야?"
그렇게 물었다.

"남들이 죽는다고 같이 따라 죽을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남들이 한다고 반드시 나도 해야 한다는 법은 없는 거지..."
나는 하나마나 한 소리로 신통치 않은 대답을 늘어 놓는다.

무엇이든지 원하면 즉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세상에 사는 요즘아이들
물건을 잃어버려도 찾을 생각도 아니하고, 다짜고짜 문방구로 달려가기만 하는 아이들
그때 그때 정리하지 못하고 필요할때만 찾는 아이들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보면서
나 어릴적을 떠올려 보기도 한다.

동네에서 책가방 가진 아이가 나 하나 였던 기억 ...
책보따리를 허리에 두르고 산너머 걸어서 학교에 가던 기억이 지금도 이렇게 선연한데 ...

요즘아이들은 그저 얼마나 풍요로운 세상을 살고 있는지조차 모르고서
자라고 있으니 어떻게 설명을 해 주어야할지 난감할때가 많다.

어릴적부터의 습관이 평생동안 그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양분을
가져다 주고 있었음은 누구나 얼마만큼의 세월을 건너오고 나면 느끼는 바일 것이다.

올바른 부모가 된다는 것
제대로 된 본보기를 보여 준다는 것은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 모두는 꼭 그렇게 그런 모습으로 자녀들을 길러낼 자리에 지금 서 있는 것이지 싶다.
먹여주고, 입혀주고, 가르쳐 준다고 그저 자라는 것이 아닐꺼라는 근본적인 생각에 다다를때면
정말이지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하는 것인가 중요한 당면과제에 봉착한 듯 나는 고심하게 된다.

엄마의 솔직한 마음이야 그거 그냥 사주면 그만일테지만,
그럴 수 있는 형편이야 되겠지만
그런 사소한 것에서조차 내 아이의 미래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어느 책에선가 읽은 적이 있다.
"아이를 망치려면 해 달라는 걸 다 해줘라 ..."

그 말이 내내 뇌리속에 남아 있어서인지 선뜻 아이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한다.

"내일 당장 학교에 전화해서 체육복 빨리 지정해 주라고 전화할꺼다." 그렇게 말은 하지만
그런 기다림이나, 관심조차도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서
사랑만큼이나 중요할 꺼란 생각을 해 본다.

해 달라는 거 다 해주고, 풍족하게만 해 준다고 하여서
아이에게 엄마의 사랑을 결코 다 주는 것은 분명 아닐꺼라는 생각을 해 보며
잠깐 동안의 불편할 수도 있는 마음에 위안을 삼아 보련다.

세상 모든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게 자식일테지만
그렇기에 모든것을 다 해줄수 없는 그 마음이
바로 부모된 이의 마음이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