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나는 이제 10살 난 아이에게서 황당함을 감출길이 없었다.
새학년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학교로 옮긴 학교에서는 체육복을 지정해서 알려주지 않았는지
그런데 아이는 친구들의 각양각색의 다른 체육복을 유심히 보아두었는지
나는 그저 좀 있으면 학교에서 단체로 지정된 체육복을 사면 그만이라며
그러면서도 내심 마음에는 걸려서 아이에게 사줄만한 체육복을 파는곳으로
그런데 그곳에서 알아본 결과 체육복의 가격이 만만치가 않았다.
어쩌다 한번 체육시간에 입고...
그러다 보니 그 가격으로 차라리 다른 옷을 사 주던지 하는 마음으로 그냥 돌아왔다.
몇날며칠 자신이 원하는 걸로 사달라고 조르던 아이는
그래서 나는 갖고 싶은 걸 다 가지면
"엄마... 우리는 형편이 안 좋아? 왜 친구네랑 같은 평수에 사는데
"남들이 죽는다고 같이 따라 죽을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엇이든지 원하면 즉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세상에 사는 요즘아이들
동네에서 책가방 가진 아이가 나 하나 였던 기억 ...
요즘아이들은 그저 얼마나 풍요로운 세상을 살고 있는지조차 모르고서
어릴적부터의 습관이 평생동안 그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양분을
올바른 부모가 된다는 것
그렇지만 우리 모두는 꼭 그렇게 그런 모습으로 자녀들을 길러낼 자리에 지금 서 있는 것이지 싶다.
엄마의 솔직한 마음이야 그거 그냥 사주면 그만일테지만,
어느 책에선가 읽은 적이 있다.
그 말이 내내 뇌리속에 남아 있어서인지 선뜻 아이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한다.
"내일 당장 학교에 전화해서 체육복 빨리 지정해 주라고 전화할꺼다."
그렇게 말은 하지만
해 달라는 거 다 해주고, 풍족하게만 해 준다고 하여서
세상 모든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은게 자식일테지만
요즘엔 체육시간에 아직 사복을 입고 등교를 하고 있었다.
나에게 이런 저런 스타일의 체육복을 사달라고 의사 표시를 했다.
아이의 말을 무심코 흘려 들었다.
나도 모르게 가고 있었다.
그 돈이면 차라리 예쁜 봄옷 한벌을 사는게 더 경제적일것 같았다.
이제 지정 체육복이 나오면 몇번 입지도 않아서 작아질테고 ...
뭐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아이에겐 물론 가격을 알아본 걸 비밀로 해 두고서는 ...
요즘 한동안 잠잠하더니 어제는 다시 또 시작이다.
이다음에 참을 줄 모르는 사람이 되어서 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며...
아이가 이해하기엔 좀 어려울지도 몰랐으나 아뭏튼 그렇게 말했다.
그 친구 엄마는 사주시는데 우리는 안 되는 거야?"
그렇게 물었다.
남들이 한다고 반드시 나도 해야 한다는 법은 없는 거지..."
나는 하나마나 한 소리로 신통치 않은 대답을 늘어 놓는다.
물건을 잃어버려도 찾을 생각도 아니하고, 다짜고짜 문방구로 달려가기만 하는 아이들
그때 그때 정리하지 못하고 필요할때만 찾는 아이들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보면서
나 어릴적을 떠올려 보기도 한다.
책보따리를 허리에 두르고 산너머 걸어서 학교에 가던 기억이 지금도 이렇게 선연한데 ...
자라고 있으니 어떻게 설명을 해 주어야할지 난감할때가 많다.
가져다 주고 있었음은 누구나 얼마만큼의 세월을 건너오고 나면 느끼는 바일 것이다.
제대로 된 본보기를 보여 준다는 것은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먹여주고, 입혀주고, 가르쳐 준다고 그저 자라는 것이 아닐꺼라는
근본적인 생각에 다다를때면
정말이지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하는 것인가 중요한 당면과제에 봉착한 듯 나는 고심하게 된다.
그럴 수 있는 형편이야 되겠지만
그런 사소한 것에서조차 내 아이의 미래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아이를 망치려면 해 달라는 걸 다 해줘라 ..."
그런 기다림이나, 관심조차도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서
사랑만큼이나 중요할 꺼란 생각을 해 본다.
아이에게 엄마의 사랑을 결코 다 주는 것은 분명 아닐꺼라는 생각을 해 보며
잠깐 동안의 불편할 수도 있는 마음에 위안을 삼아 보련다.
그렇기에 모든것을 다 해줄수 없는 그 마음이
바로 부모된 이의 마음이 아닐런지...